한국의 명시

구상(具常)님의 詩

eorks 2007. 4. 13. 22:37

구상(具常)님의

        1.<기도>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 2. 초토(焦土)의 시 -적군 묘지 앞에서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 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이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욱 신비스러운 것이로다.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30리면 가로 막히고, 무주 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 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砲聲) 몇 발, 나는 그만 그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놓아 버린다. ------------------------------
    구상 : (具常,1919~ ). 함남 원산 출생. 본명은 상준(常浚). 니혼(日本)대학 종교학과 졸업. 1946년 원산에서 동인지 <응향>을 주재했다. <응향>에 게재된 시 작품으로 반동 작가의 규탄을 받고 월남했으며, 6.25때는 종군작가단의 부단장을 지냈다. 한국의 건국신화, 한자 문화권의 고등 교양, 선불교적 명상, 노장 사상까지 포용하는 사상적 기반을 갖고 있으며, 이를 크리스트교적 구원 의식에로 통합, 상승시키고 있다. 시집으로는 <구상시집>(1951), <초토의 시>(1956) 등이 있다.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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