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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님의 詩
1.<큰 노래>
큰 산이 큰 영혼을 가른다.
우주 속에
대붕(大鵬)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너는 밤마다 별 속에 떠 있다.
산정(山頂)을 바라보며
몸이 바위처럼 부드럽게 열리어
동서로 드리운 구름 가지가
바람을 실었다. 굽이굽이 긴 능선
울음을 실었다.
해지는 산 깊은 시간을 어깨에 싣고
춤 없는 춤을 추느니
말없이 말을 하느니
아, 설악산 나무
나는 너를 본 일이 없다.
전신이 거문고로 통곡하는
너의 번뇌를 들은 바 없다.
밤에 길을 떠나 우주 어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지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파문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너를 보았다.
다 타고 스러진 잿빛 하늘을 딛고
거인처럼 서서 우는 너를 보았다.
너는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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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나무에게 주는 말>
나무야, 너는 아프냐.
너 가까이 있으면
두 팔 벌려 말옶이
나를 껴안아 주는 나무야.
너에게 기대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하늘 수많은 별들의
생각도 듣게 된다.
낙엽을 몰고 가는
바람의 아픈 발걸음도 듣는다.
너에게 기대면
갑자기 맑은 사람이 되는구나.
너와 함께 있으면
다시 사랑에 눈 뜨는구나.
사람에게 기대기보다
때로 네게 기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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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 : (1941 ~ 2001) 강원도 고성 출신, 고려대학교대학원
1970년 `문화비평' 등단, 1996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대표작: <나무에게 주는 말>, <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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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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