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이성선님의 詩

eorks 2007. 4. 24. 08:24

이성선님의

      1.<큰 노래> 큰 산이 큰 영혼을 가른다. 우주 속에 대붕(大鵬)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너는 밤마다 별 속에 떠 있다. 산정(山頂)을 바라보며 몸이 바위처럼 부드럽게 열리어 동서로 드리운 구름 가지가 바람을 실었다. 굽이굽이 긴 능선 울음을 실었다. 해지는 산 깊은 시간을 어깨에 싣고 춤 없는 춤을 추느니 말없이 말을 하느니 아, 설악산 나무 나는 너를 본 일이 없다. 전신이 거문고로 통곡하는 너의 번뇌를 들은 바 없다. 밤에 길을 떠나 우주 어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지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파문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너를 보았다. 다 타고 스러진 잿빛 하늘을 딛고 거인처럼 서서 우는 너를 보았다. 너는 내 안에 있다. ------------------------------------ 2.<나무에게 주는 말> 나무야, 너는 아프냐. 너 가까이 있으면 두 팔 벌려 말옶이 나를 껴안아 주는 나무야. 너에게 기대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하늘 수많은 별들의 생각도 듣게 된다. 낙엽을 몰고 가는 바람의 아픈 발걸음도 듣는다. 너에게 기대면 갑자기 맑은 사람이 되는구나. 너와 함께 있으면 다시 사랑에 눈 뜨는구나. 사람에게 기대기보다 때로 네게 기대고 싶다. -------------------------------------
    이성선 : (1941 ~ 2001) 강원도 고성 출신, 고려대학교대학원 1970년 `문화비평' 등단, 1996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대표작: <나무에게 주는 말>, <달>...등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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