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김지하님의 詩

eorks 2007. 5. 6. 12:42

김지하님의

    1.<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통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2.<녹슨 기관차 가득히 꽃을> 당신이 내게 올 수 있다면 고원에 만발한 한아름 나리꽃 아고 산철쭉도 안고 그보다도 더 아리따운 환한 웃음 안고 내게 올 수 있다면 내가 나가 반겨 당신이 아닌 당신 몸이 아닌 당신의 꽃들과 웃음을 껴안고 눈물 흘릴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 원주에서 해남으로 해남에서 원주로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오락가락할 이유가 없겠지 낡아빠진 석탄 차 녹슬은 기관차 지금은 국민학생들 구경거리로 전락해버린 차 그 차 휴전선에 잘린 경의선 경의선 화통 그것을 타고 내가 당신에게 갈 수 있다면 그 기관차를 새파란 동백잎, 빛나는 유자 무더기, 향기 짙은 치자꽃으로 무화과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리고 못난 내 얼굴에라도 함박꽃 같은 달덩이 같은 째진 웃음지어 만나고 싶다 나 오늘 눈 내리는 원주 거리에 다시 서서 다시금 남쪽으로 돌아갈 자리에 서서 거리를 질주하는 영업용 택시를 보며 경의선 끊어진 철로 위에 홀로 남겨진 기관차 속에 홀로 남을 민족의 외로움을 생각하며 소주 한 잔을 국토 위에 붓는다 아 아 꽃들이여 너희들의 영광은 언제 오려는가. --------------------------------------------- 김지하 : (1941년~ )전남 목포 출생199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으로 첫 투옥, 이후 군사 정권하에서 투옥. 재투옥의 쉼없는 탄압을 받음. 1975년 '제3세계 노벨 상'으로 일컫어지는 '로터스특별상'을 1981년'크라이스키인 권상'을, 1993년 이산문학상 수상. 시집으로는 1994~1995년에 출간된 <중심의 괴로움>,<별밭을 우러르며>,<검은 산 하얀 방>,<빈 산>,<황토>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1990년대 삶이 처한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중 요한 해결의 길을 제시한 <틈>, 생명사상을 평이하게 설파한 <밥>, 동학사상을 창조적으로 해석한 <동학이야기>등이 있다.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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