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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鄭芝溶님의 詩
1. - 향수(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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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카페 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비뚜로 선 장명등(長明燈)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비쩍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의 머리는 비뚜른 능금
또 한 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
"오오 패롤[鸚鵡] 서방! 굳 이브닝!"
"굳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鬱金香) 아가씨는 이 밤에도
경사(更紗) 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大理石) 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異國種) 강아지야
내 발을 빨아다오.
내 발을 빨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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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춘설(春雪)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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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바다 2>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珊瑚)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로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씻었다.
이 애쓴 해도(海圖)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구르도록
휘동그란히 받쳐 들었다!
지구(地球)는 연(蓮)잎인 양 오므라들고 …… 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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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리창(琉璃窓)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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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비>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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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동차(忍冬茶)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 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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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별-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ㅡ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金)실로 잇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듯, 솟아나듯
불리울 듯, 맞아들일 듯,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이는 회환에 피어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는 손을 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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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 (鄭芝溶,1902~?) 충북 옥천 출생. 휘문고보 졸업. 일본
도지샤 대학(同志社大學)영문과 졸업. 귀국후 위문고보
영어 교사로 재직했으며 광복 후에는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50년에 한려수도를 여행중 전란을
맞아 북한군에 붙잡혀 행방 불명되었다. 동인지<요람>
을 발간하면서 <향수>,<슬픈 인상화>,<풍랑몽> 등을 발
표했다. [시문학]동인이었으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시어
와 선명한 이미지를 구사하여, 1930년대 시이 모더니즘
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첫 작품인 <카페프란스>,<슬픈인상화>,<파충류동물> 등
을 경도(유학생잡지)인 <학조>(1926)창간호에 발표했다.
첫 작품들은 다다이즘,미래파 계열의 경향을 보였으나,
곧 선명한 객관적.즉물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이미지즘으
로 전향했다. 현실인식,망국의식을 반영한 작품도 있고,
카톨릭 신앙을 나타낸 작품도 있으나, 이미지즘과 동양
고전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후기 시집인
<백록담>은 지성의 절제,토착어의 순화,선명하고 정확한
이미지 등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즘 경향의 작품집이다.
박목월,조지훈,박두진,박남수 등을 <문장>지를 통해 추천
하였고, 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시인이다.
시집에 <정지용시집>(1935),<백록담>(1941)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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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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