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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님의 詩
1.<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통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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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녹슨 기관차 가득히 꽃을>
당신이 내게 올 수 있다면
고원에 만발한 한아름 나리꽃 아고 산철쭉도 안고
그보다도 더 아리따운
환한 웃음 안고 내게 올 수 있다면
내가 나가 반겨
당신이 아닌 당신 몸이 아닌
당신의 꽃들과 웃음을 껴안고 눈물 흘릴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
원주에서 해남으로 해남에서 원주로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오락가락할 이유가 없겠지
낡아빠진 석탄 차
녹슬은 기관차
지금은 국민학생들 구경거리로 전락해버린 차
그 차
휴전선에 잘린 경의선
경의선 화통
그것을 타고 내가 당신에게 갈 수 있다면
그 기관차를
새파란 동백잎, 빛나는 유자 무더기, 향기 짙은 치자꽃으로
무화과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리고 못난 내 얼굴에라도
함박꽃 같은 달덩이 같은 째진 웃음지어 만나고 싶다
나 오늘 눈 내리는 원주 거리에 다시 서서
다시금 남쪽으로 돌아갈 자리에 서서
거리를 질주하는 영업용 택시를 보며
경의선 끊어진 철로 위에
홀로 남겨진 기관차 속에 홀로 남을
민족의 외로움을 생각하며
소주 한 잔을 국토 위에 붓는다
아 아 꽃들이여
너희들의 영광은 언제 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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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 (1941년~ )전남 목포 출생199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으로 첫 투옥, 이후 군사 정권하에서
투옥. 재투옥의 쉼없는 탄압을 받음. 1975년 '제3세계 노벨
상'으로 일컫어지는 '로터스특별상'을 1981년'크라이스키인
권상'을, 1993년 이산문학상 수상.
시집으로는 1994~1995년에 출간된 <중심의 괴로움>,<별밭을
우러르며>,<검은 산 하얀 방>,<빈 산>,<황토>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1990년대 삶이 처한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중
요한 해결의 길을 제시한 <틈>, 생명사상을 평이하게 설파한
<밥>, 동학사상을 창조적으로 해석한 <동학이야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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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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