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년 도읍지를 - 길 재 -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도라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듸 업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현대어 풀이]
◎오백년 도읍지(고려의 옛 서울)를 한 필의 말에 의지해
돌아보니
◎산천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데, 당대의 훌륭한 인
재들은 간 데 없구나.
◎아아, 태평세월을 지냈던 그 때가 꿈처럼 허무하기만
하구나.
[창작 배경]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고려의 재상들이 변절하여
조선왕조의 신하가 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절개를 지킨 충신
들은 망국의 한과 슬픔으로 벼슬과 인연을 끊고 은둔생활을
하였다. 작자 역시 그러한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초야에
묻혀 지내다가 옛 도읍지를 돌아본 느낌을 이 시조로 노래하
고 있다.
[이해와 감상]
초야에 묻혀 은둔생활을 하다가 한 필의 말에 외로운 자신
을 의지하고 옛도읍지를 돌아보니, 변함없는 산천 초목과
달리 절개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씁쓸한 인생
무상감을 느끼게 된다.
초장의 '필마'는 작자의 외로운 신세 및 평민 신분임을 나타
내주는 소재이며, 중장은 대조와 대구의 표현으로, 세월의
무상감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종장에서는 회고의 정으로
망국(亡國)의 허무함을 집약시키고 있다. 중장은 두보의 시
<춘망(春望)>의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과 비슷한 정경으
로 무상감이 대조적 표현으로 구상화되었다.
고려유신의 회고가로서, 흥망성쇠와 인생무상을 읊은 노래
인데, '감개무량'이라는 말이 이토록 절절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시조의 정형에서 한 자의 어긋남도 없는 전형적인 형
식을 갖춘 참으로 운율적인 시조다.
*오백 년 도읍지 → 고려의 수도인 개성(송도)을 말함.
*필마 → 한 마리의 말이라는 뜻으로, 필마단기(匹馬單騎)
의 준말임.
*의구하되 → 옛모습과 다름이 없이 여전하건만
*인걸 → 뛰어난 인물들. 여기서는 고려의 충신들
*태평연월 → 태평하고 안락한 세월. 여기서는 고령의
융성했던 시절을 가리킴.
*꿈이런가 → 여기서의 꿈은 '덧없음'을 뜻함.
[정리]
◇ 성격 : 평시조, 회고가
◇ 표현 : 대조법, 영탄법
◇ 주제 : 망국의 한과 회고의 정(맥수지탄:麥秀之嘆)
......^^백두대간^^........白頭大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