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속에 지혜]

‘노나무’사위의‘암소’장모~16~

eorks 2009. 3. 10. 08:38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삭성당뒤에 표트르대제 동상~

★‘노나무’사위의‘암소’장모★
    어느시골 늙으이가 자기딸을 사랑하여 좋은 배필을 맞아 주려고 생각했다. 그는 노나무 궤짝을 만들고 그 속에 쌀 55말을 담아 두고는 사람을 불러 들여, 꿰짝을 만드는데 사용된 나무 이름과 속에든 쌀의 분량을 맞추는 자에게 딸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나무 이름과 쌀의 분량을 알아 맞히 지 못했다. 그럭저럭 세월이 지나 딸은 배우자를 얻지 못한 채 꽃다운 나이만 먹어갔다. 딸은 나이가 더 들면 아무도 꾀많은 사위 고르기 시 험에 응모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고민 끝에 지나가는 바보스러운 장사 꾼에게 은밀히말했다. "저 궤짝은 노나무로 만든 것이요,쌀은 55말을 담아 두었소,당신이 만일 그대로 말한다면 나의 배필이 될 수 있다오," 장사꾼이 그 말대로 답하니,시골 늙은이는 드디어 지혜로운 사위를 얻었 다고 기뻐하며 길일을 택하여 혼례를 올려 주었다. 그 후로는 늙은이가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사위와 의논하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암소를 팔러 오자 그 늙은이는 사위에게 소의 관상을 좀 보아 달라고 청하였다. 사위는 장인의 청을 듣고 그 소를 한참동안 눈여겨 보더니 말했다. "노나무 꿰짝이로군," 하며 "쌀을 55말 담을 수 있 겠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늙은이가 말 하기를,"사위는 망령이 들었나?소를 가리켜 말이라 하다니!" 이것을 본 아내가 민망하여 은밀히 남편에게 핀잔했다. "왜 소의 입을 벌려보며‘이가 적다,’고 하고,그 꼬리를 들어보면서‘새끼를 많이 낳겠다,’고 말하 지도 못하나요!" 마침 다음날 장모가 병이들어 자리에 누웠다. 장인은 또 바보 사위를 청해다가 병세를 보게 하였다. 사위가 침상아래로 가서 장모의 입을 벌려보고 "이가 적군요,"라고 말하였다. 또 이불을 들쳐 장모의 뒤를보고 "새끼를 많이 낳겠군요,라고 하였다. 이에 장인과 장모가 크게 노해서 말했다. "소를 나무로보고,사람을 소로보니 참으로 미친 놈이다!" 이 일을 두고 이웃사람들이 크게 비웃었다.
    홍만종의 명엽지해(蓂葉志諧)에 실려 있는 이 이야기의 세인물은 우리에게 자기 중심의 삶의 몰락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늙은이는 사위를 고르는데 지나치게 열심이어서 사람을 모집하여 꿰짝을 알아맞추게 하였으니, 이 것이 사위를 선택하는 옳은 방법이라 하기 어렵다. 사위는 아내의 말을 고지식하게 지키고 상황에 따라 변동 할 줄을 모르니 그 어리석음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 딸도 또한 단지 노처녀로 늙을 것만을 안탑깝게 여겨 어진 사람을 골라 배필로 삼을 것을 생각하지 못했으니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세 사람 모두 잘못한점이 같으니,어느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이는 사치풍조에 젖어 금전만능의 현대판 혼인 관을 자랑삼는 요즘 사람에게 일침을 줄 만한 이야기이다. - 고전속에 지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