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속에 지혜]

천박한 삶 속의 음식 사치~14~

eorks 2009. 3. 10. 08:43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천박한 삶 속의 음식 사치★
    ‘내가 어릴 때에 집은 가난하였으나 사방에서 생산되는 별미를 선친에게 예물로 바치는 자가 많아 진귀한 음식 을 골고루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커서는 다행히 부잣집에 장가 들어서 그 덕으로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다 맛볼 수 있었다. 또 임진왜란을 당했을 때는 난리를 피해 강릉에 있으면 서 동해 바다에서 나는 기이한 해산물을 골고루 맛보았 고, 벼슬길에 나선뒤로는 남북으로 옮겨 다니면서 우리 나라에서 나는 별미를 모두 먹어볼 수 있는 식복을 마 음것 누렸다.’ 식욕은 생명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런데 선현들이 먹을것을 바치는 자를 천하게 여긴것 은,먹는 것만을 탐하고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 것을 지 적한 것이지,먹지도 말고, 먹는 것을 말하지도 말라는 것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지 않다면 왜 여덟가지 진미(珍味)의 등급을‘예경 (禮經)’에 기록했으며, 맹자는 왜 생선과 곰 발바닥을 구분 했겠는가? ‘그러나 내가 죄를 짓고 바닷가로 유배되었을 때,쌀겨 마져도 부족하여 밥상에 오르는 것은 상한 생선이나 감 자,들미나리 등이었다. 그것도 끼니마다 먹지 못하여 굶주린 배로 밤을 지새울 때면 언제나 지난날 산해진미도 물리도록 먹어, 싫어하 던 때를 생각하고 침을 삼키곤 하였다.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었지만,하늘나라 서왕모(西王母) 의 복숭아처럼 까마득하니 천도 복숭아를 훔쳐먹은 동 방삭(東方朔)이 아닌바에야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
    이 이야기는 허균의 문집 성소복부고(惺所覆部藁)에 실 린 글이다. 그는 이러한 반궁의 상황에서 마침내 먹거리의 이름을 종류별로 기록해 놓고 이를 보면서 한 점의 고기로 여 기기로 결심하고,도문대작(屠門大爵)즉,‘푸줏간 앞을 지나가며 입맛을 다신다,‘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처럼 그는 먹는 것에 너무 사치하고 절약할 줄 모르 는 세속의 헌달한 자들에게 평화시와 전쟁시의 상황, 부유할 때와 가난할 때의 거리를 박진감 있게제시한다. 아울러 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어른 들에게 반항하는 요즘의 아이들이나,어른들은 어른대 로 사치에 정신을 잃고 있는 우리시대에 건강하고 지 혜로운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고 있다. - 고전속에 지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