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속에 지혜]

지체 높아도 제 분수는 알아야~~~~17~

eorks 2009. 3. 10. 08:36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부활사원 (피의성당)~

★지체 높아도 제 분수는 알아야~~~★
    옛날 어떤 마을에 쥐의 세계에서는 지체가 매우 높은 두더지 내외가 살고 있었다. 그 내외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인물과 재주 가 빼어나 어미는 그 딸에게 아끼는 것이 없이 온갖 공부를 다 시켰다. 그 결과 슬기롭게 자라나 땅도 잘 파고,다른 짐 승의 발자취도 잘 들으며,사람이 달려들어 잡으 려 해도 뒷걸음으로 쪼르르 달아나는 등, 그 재 주를 당할이가 그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어여쁜 주둥이,구슬을 꿴 듯한이,번드르 르한 털등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아름다 움을 지니고 있었다.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자,아비쥐는 아주 완고하 여서 제 딸도 다만 지체나 좋고,나룻이나 길고, 등에 살이나돋은 얌전한 두더쥐를 선보아 사위로 삼을려 하는데, 어미쥐는 아주 생각이 달라서 어 찌 이 잘난딸을 그까짓 쥐에게 시집 보내랴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이 때문에 밤낮내외의 싸움이 끊 이지 아니하여,둘의 얼굴에는 찡그린 주름이 필 날이 없었다. 하루는 어미가 다른 때보다 더 짜증을 내어 "우리딸은 저 저녁 하늘에 총총한 별님에게로나 시집을 보네야지, 이리 귀하고잘난 딸을 또 쥐에게 시집을보네다니..."라 하였다. 아비도 이에 지지않고, "그럼 내친 걸음에 하늘에 게로 시집을 보네지, 내생각에는 이 세상에 하늘 보다 더 높은 이가 없을 듯 하오," 어미가 "그 말씀이 더욱좋소,그러면 내일 곧 통혼 을 합시다."라고 하였다. 의논이 정하여짐에 내외가 하늘로 찿아가 하느님에게 자신들이 온 내력을 낱낱이 여쭈니 하나님은 "고맙소 만은 그대들이 미처 덜 생각한 일이 있소, 내가 능히 땅을 뒤덮고, 온갖 것을 만들기는 하지만 저 구름이 나보다 낫소, 저 구름이 오면 내 얼굴이 가리어지오, "라고 대답하였다. 그때 마침 구름이 펼쳐져 하늘의 얼굴을 덮었다. 어미가 이를보고 다시 구름에게 그 사연을 이야기 하니 구름도 아까 하나님의 말처럼 "내가 능히 하늘 세계에 가득하여 해,달을 기리되 오직 바람이 나를 흩어버리니 내가 바람만 못하오,"라 하였다. 이에 다시 바람에게 통혼하니 바람이 말하기를, "내가 능히 나무를 끊고, 집을 무너뜨리며, 산과 바다를 까브르되 오직 들판의 돌미륵을 쓸어 없에지 못하니 내가 돌미륵 보다도 못하오." 라 하였다. 다시 돌미륵에게 청하니 미륵은, "내기들 가운데 우뚝서서 끄덕도 아니하되 오직두더지가 내 발꿈 치를 파면 나도 기울어지오, 그러니 내가 두더지만 못하오."라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아비가, "그것보오,그러기에 내가 처음부터 무엇이라 하였소," 하니, 그제서야 어미도 제 딸의 사윗감으로 쥐가 좋은 줄 깨닫고 내외가 손목을 맞잡고 돌아와서 쥐 세상에서 새 서방을 맞아 사위를 삼았다.
    제 분수를 모르고 주제넘은 일을 하는것을 경계하는 이 이야기는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실린 우언이다. 혼인은 일생 중에서 가장 큰 일이다. 그러기에 예나 지금이나 자녀의 혼사를 앞둔 부모 들은 남의 자식보다는 자신의자식이 더 귀하게 자라 났고,더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그래서 더 빼어난 인격을 갖추었다고 느끼기가 쉽다. 그러나 더 지혜있는 부모는 이러한 당연한 듯한 사실 자체가 이미 인간의 원형적 심성이라는 생각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해 준다. - 고전속에 지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