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같은 인간, 인간같은 짐승★
어떤 사람이 자라를 파는 것을 보고 그 자라를 사서 얕은 물
에 풀어주니, 자라가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
식사때 마다 물가에 나와서 얼굴을 내미는 자라에게 먹이 를
주었더니 그후 자라는 엄청나게 자랐다.
몇년 후에 한 어부가 찿아와 말 했다.
"저는 옛날의 자라인데 주인의 은덕을 갚고자 사람으로 변했
지요. 앞으로 큰 비가내려 화가 닥칠테니 미리 피하십시요."
과연 사흘 후 물동이를 쏟는 듯한 비가내리기 시작하자 어부
는 주인과 집안살림을 준비한 자기 배에 태우고 물바다가 된
마을을 노를 저어 빠져 나왔다. 그때 여우가 파도에 휩쓸리
며 살려달라 하기에 어부는 여우를 구해주었다. 또, 한 청년
이 판자에 몸을 의지하고 떠내려 가며 구해 달라고 하자 어
부는 사람은 짐승보다 못하다며 거부 했으나 주인이 설득하
여 청년을 구해주었다.
청년은 주인에게 말 했다.
"나를 구해준 은인이오니 평생토록 은혜를 갚고자 종이 되겠
습니다."
배가 언덕에 닿자 여우는 그냥 도망갔지만 청년은 주인을 따
라가 정성껏 도왔다.
그후에 여우가 주인을 찿아와 인사를 하고는 달아나기를 반
복하여 주인이 이를 이상하게 여기며 따라가 보니 여우가 땅
을 파면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곳을 파보니 은항
아리 셋이 나와 주인은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청년이 고향에 다녀왔는데 주인이 얻은 항아
리가 사실은 자기가 묻었던 것이라며 크기와 묻었던 장소까
지 적힌 문서를 가지고와서 관청에 고소를 하였다. 관가에
서는 주인을 체포하여 혹독한 고문을 하고 전 재산을 팔아
변상하게 하였다.
주인은 감옥에서 탄식 하였다.
"저 은항아리를 얻지 않았으면 이런 화를 만나지 않았을 것
을! 재물인란 재앙이요,벼슬이란 죽음이요, 관리란 근심이라
더니 사람들이 재화로 재앙을 불러들이고 벼슬살이로서 죽
음을 당하는 환란을 당함이 옮은 이치로다, 내가 이름없는
재물을 탐내어 취하였으니 감옥에 갇히는 것이 마땅하다!"
윤기가 지은<無名子集>의 문부(文部)에 실려있는 이 우화는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 주고 있다. 요망한 여우조차 은덕
을 입고 반드시 갚았는데 사람은 그러지 못하여 상전에 도
리어 해를 끼치니 이는 그가 은덕을 잊어서가 아니라 욕망
에 휩싸여서 한 행동임을 일깨워 준다.
우리의 주변에는 자라와 같이 진실한 인간다움으로 보답하
는 아름다운 이웃이 있는가 하면, 신의도 우정도 하루 아침
에 깨어버리는 이들도 있다.
- 고전속에 지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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