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무’사위의‘암소’장모★
어느시골 늙으이가 자기딸을 사랑하여 좋은 배필을
맞아 주려고 생각했다.
그는 노나무 궤짝을 만들고 그 속에 쌀 55말을 담아
두고는 사람을 불러 들여, 꿰짝을 만드는데 사용된
나무 이름과 속에든 쌀의 분량을 맞추는 자에게 딸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나무 이름과 쌀의 분량을 알아 맞히
지 못했다.
그럭저럭 세월이 지나 딸은 배우자를 얻지 못한 채
꽃다운 나이만 먹어갔다.
딸은 나이가 더 들면 아무도 꾀많은 사위 고르기 시
험에 응모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고민 끝에 지나가는 바보스러운 장사
꾼에게 은밀히말했다.
"저 궤짝은 노나무로 만든 것이요,쌀은 55말을 담아
두었소,당신이 만일 그대로 말한다면 나의 배필이
될 수 있다오,"
장사꾼이 그 말대로 답하니,시골 늙은이는 드디어
지혜로운 사위를 얻었 다고 기뻐하며 길일을 택하여
혼례를 올려 주었다.
그 후로는 늙은이가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사위와 의논하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암소를 팔러 오자 그 늙은이는
사위에게 소의 관상을 좀 보아 달라고 청하였다.
사위는 장인의 청을 듣고 그 소를 한참동안 눈여겨
보더니 말했다.
"노나무 꿰짝이로군," 하며 "쌀을 55말 담을 수 있
겠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늙은이가 말 하기를,"사위는 망령이
들었나?소를 가리켜 말이라 하다니!"
이것을 본 아내가 민망하여 은밀히 남편에게
핀잔했다.
"왜 소의 입을 벌려보며‘이가 적다,’고 하고,그
꼬리를 들어보면서‘새끼를 많이 낳겠다,’고 말하
지도 못하나요!"
마침 다음날 장모가 병이들어 자리에 누웠다.
장인은 또 바보 사위를 청해다가 병세를 보게
하였다.
사위가 침상아래로 가서 장모의 입을 벌려보고
"이가 적군요,"라고 말하였다.
또 이불을 들쳐 장모의 뒤를보고 "새끼를 많이
낳겠군요,라고 하였다.
이에 장인과 장모가 크게 노해서 말했다.
"소를 나무로보고,사람을 소로보니 참으로 미친
놈이다!"
이 일을 두고 이웃사람들이 크게 비웃었다.
홍만종의 명엽지해(蓂葉志諧)에 실려 있는 이
이야기의 세인물은 우리에게 자기 중심의 삶의
몰락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늙은이는 사위를 고르는데 지나치게 열심이어서
사람을 모집하여 꿰짝을 알아맞추게 하였으니,
이 것이 사위를 선택하는 옳은 방법이라 하기
어렵다.
사위는 아내의 말을 고지식하게 지키고 상황에
따라 변동 할 줄을 모르니 그 어리석음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
딸도 또한 단지 노처녀로 늙을 것만을 안탑깝게
여겨 어진 사람을 골라 배필로 삼을 것을 생각하지
못했으니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세 사람 모두 잘못한점이 같으니,어느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이는 사치풍조에 젖어 금전만능의 현대판 혼인
관을 자랑삼는 요즘 사람에게 일침을 줄 만한
이야기이다.
- 고전속에 지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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