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도적 삶과 왕도적 삶★
안덕수는 선조 때의 유명한 의사로 늙고 병이 들어서 여러
사람들을 직접 치료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병든 사람들을 진맥해 주고 처방해 주는 일
만을 하였는데, 그의 진맥과 처방은 백에 하나도 틀리지 않
아 어떠한 병이라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세상에서
모두 일컫기를‘명의(名醫)양수례는 패도를 써서라도 효험
만이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상하게 되지만,
안덕수는 왕도로써 병을 다스리므로 효험은 늦게 나타나지
만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괴질을 얻어 여러달 고생하다가, 어느날 안덕수
를 찾아가 방을 받고 병을 고쳤다.
그런데 그 병을 치료하고 나자 거듭 거듭 다른 병으로 옮겨
가기를 다섯번이나 하였는데 그때마다 안덕수가 처방을 제
대로 하여 차료해 주어 그 환자는 다섯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과연 그는 인술의 왕도를 지키는 천하의 명의다"라고 칭송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안덕수의 꿈에 어떤 사람이 나따나서 "내가
이 사람과 전생에 원한이 맺힌 일이 있어 상제게 고하고 반
드시 죽이려 하였는데 이미 다섯번 변종을 변하여 약을 피
하되, 당신이 다섯번이나 약을 변하여 치료하니, 내 장차 당
신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내일 그 병을 여섯번째로 변하게 할 것이니 당신이 또 새
약으로 다스려 고치게 하면, 내 마땅히 그 원수를 옮겨 당
신을 해치겠다!" 라 하였다.
안덕수가 잠에서 깨어나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에, 그 환자
의 가족이 찾아와 여섯번째로 증상이 달라졌다며 처방을 묻
는 것이었다.
안덕수는 병이 들었노라고 말하고 가지 않았으며 그 환자는
마침내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실려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또 다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패도적 삶이 있는가 하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비록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보다
온전한 방법을 통해 성취하려는 왕도적 삶이 있기 마련이다.
안덕수는 왕도를 행하는 천하의 명의로 알려졌지만, 그조차
도 사귀의 간교에는 속은 인간적 허점이 있었다.
이처럼 왕도적 삶은 비록 어려운 것이지만, 그러한 길을 지향
하므로써만이 인간다운 삶이 완성될 수 있음을 이 이야기는
보여준다.
- 고전속에 지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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