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民心書

금고기가 도루묵으로 변한 사연

eorks 2011. 3. 16. 07:16

牧民心書
제10장 형전 6조[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들]
금고기가 도루묵으로 변한 사연
土産寶物無煩採掘하여 以爲民病이니라.
토산보물무번채굴하여 이위민병이니라.
그 지방에서 산출되는 보물을 이렇다 저렇다 하며 마구잡이로 캐내고
만다면 백성들에게 병폐가 될 수 있으니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산림(山林) -
    
      나라에 가뭄이 들어 몇 해째 흉년이 계속되고 거가다가 북
    쪽 지방에는 오랑캐까지 쳐들어와 어수선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었다.
      백성들은 오랑캐와 굶주림을 피해 너도나도 피난길을 떠났다. 드디
    어 적군은 왕이 머문 궁궐 근처까지 쳐들어왔다. 더 이상 궁궐에 머물
    수 없게 된 왕은 신하들과 해변 마을까지 피난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기근이 들어 해변 마을에도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
    서 신하들은 수랏상을 준비하는 데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었다.
      "전하의 수랏상에 뭘 올리면 좋겠소?"
      신하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먹을 만한 건 맛없는 생선밖에 없는데 어떡하죠?"
      "그 생선 이름이 뭐요?"
      "묵처럼 심심한 맛을 내기 때문에 저희는 그냥 묵이라고 부르고 있
    습니다만......"
      "할 수 없지 않소? 그 생선이라도 올려야 하니 어서 준비하시오."
      달리 반찬거리를 구할 방법이 없어 신하들은 마을 사람들이 준 묵으
    로 정성껏 요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뜻밖에 왕은 그 생선 맛을 보고 감
    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 생선 이름이 묵이라고 했던가? 아주 맛있는 생선인데 왜 그 같은
    이름을 붙였는가? 앞으로는 이 고기를 금고기라고 부르도록 하라."
      이렇게 하여 묵이라는 이름으로 천대받던 이 생선은 금고기라는 훌
    륭한 이름을 새로 얻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오랑캐가 물러가고 전쟁이 끝났다. 그리고 며칠 간 비가
    내려 가뭄도 해소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다. 왕도 다시 궁궐에서
    신하들과 더불어 나랏일을 보고 있었다. 왕의 수랏상도 산해진미로 가
    득 찼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바다와 육지에서 나는 온갖 맛난 재
    료를 써서 정성껏 수랏상을 차렸지만 왕은 입맛을 되찾지 못했다.
      "왜 이렇게 입에 맞는 음식이 없는고......오라, 피난 중에 먹었던 금
    고기를 한번 먹어 볼까?"
      그리하여 신하들은 급히 예전의 그 해변 마을로 달려가 금고기를 가
    져와 음식을 만들었다.
      왕은 금고기 요리가 완성되자 신하들을 불러 잔치를 열었다.
      "자, 어서 이 금고기를 먹어 보시오. 아주 맛있는 생선이라오."
      하지만 임금의 말과는 달리 신하들이 맛본 금고기는 별 맛이 없었다.
      "전하, 이 생선은 아무 맛이 없는데요?"
      "그럴 리가 있나? 내가 그토록 맛있게 먹었던 생선인데,"
      "전하께서 한번 맛보시지요?"
      왕이 젓가락을 들어 금고기의 살점을 떼어 먹어 보았더니 과연 신하
    들의 말처럼 아무 맛도 없었다.
      "허어, 그토록 맛있던 생선이 왜 이렇게 맛이 없어졌지?"
      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생선에게 금고기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으니 예전처럼 도로 묵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도록 하라,"
      생선의 맛이 변한 게 아니라 왕의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었는데, 애꿎
    게 묵이라 불리던 생선만 수난을 겪게 된 셈이었다. 이렇게 하여 생활
    이 풍요해지자 그 생선은 `도루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