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民心書
제10장 형전 6조[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들]
개미들의 은공으로 쌓은 저수지
江河之濱에는連年衝決하여爲民巨患者니作爲提防하여.以安厥居니라.
강하지빈에는연년충결하여위민거환자니작위제방하여이안궐거니라.
강과 하천의 유역이 해마다 홍수의 피해로 백성들의 커다란 근심거
리가 되고 있다. 제방을 만들어서 백성들이 편히 살도록 해야 한다.
- 천택(川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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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광주 지방의 어느 마을에 엄청난 홍수가 발생했
다. 어찌나 비가 많이 왔는지 산이 무너지고 논밭이 모두 떠내려 갈
정도였다. 일 년 농사가 모두 물에 떠내려갈 판이라 농부들은 저마다
집에서 나와 물꼬를 튼다고 애를 썼으나 연일 줄기차게 퍼붓는 빗줄기
를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 마을에 사는 이 서방도 집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자기 논으로
달려갔다. 삽을 들고 분주하게 논두렁을 왔다 갔다 했지만 역부족이기
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이 서방이 한참을 바쁘게 일하다가 잠시
허리를 펴고 숨을 돌리려는데 저만치 앞에서 흙더미 하나가 떠내려 오
는 것이 보였다.
"옳지, 저 흙더미로 논둑을 막아야겠구나."
제법 큰 흙더미인지라 이 서방은 잘 됐다 싶었다. 그런데 흙더미가
코앞까지 왔을 때 가만히 보니 흙더미 위에는 수만 마리의 개미가 우글
거리고 있었다.
"아니, 저건 개미집이잖아?"
이 서방은 차마 생명이 붙은 것들을 물에 쓸려 보내기가 안쓰러워
흙더미를 들고 논에서 나와 마른 땅에다 옮겨 주었다.
며칠 뒤, 마침내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볕이 났다. 무섭게 밀
려들던 물도 다 빠지고, 땅에서 먼지가 일어날 정도의 맑은 날이 계속
되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아침, 이 서방은 일찍부터 논에 나가려고 쟁기를 젊어
지고 대문을 나서려던 참이였다.
"어? 웬 쌀이지?"
무심코 마당을 둘러보던 이 서방은 깜짝 놀라 우뚝 멈춰 섰다. 마당
한쪽에 하얀 쌀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던 것이다.
"누가 이렇게 많은 쌀을 여기다 버린 거야?"
이 서방은 쟁기를 내려놓고 자루를 가져와 쌀을 주워 담았다. 이튼날
이 되자 이 서방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어제 그 자리에 또 그만큼의 쌀
이 마당에 쌓여 있는 것이었다.
"허어, 이상한 일도 다 있군."
그 이상한 현상은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계속 되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계속 쌀을 주워 담다 보니 어느새 창고 가득 쌀가마가 쌓이
고 이 서방은 금세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 즈음 다시 이상 기후가 시작되었다. 초여름의 홍수가 지나
간 뒤로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아 이번에는 땅이 쩍쩍 갈라지는 가
뭄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벼가 타들어가 가을이 되어도 수확할
곡식이 없었다.
그러자 관청에서는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던 창고를 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창고에 가득 쌓여 있어야
할 곡식이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뭐라고? 빈 가마니만 쌓여 있다고?"
긴급히 보고를 받은 고을 사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어떤 작자의 짓인지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라!"
사또는 관리 중에 누군가가 몰래 곡식을 빼돌린 줄 알고 관리들을
줄줄이 불러들여 곤장을 치며 심문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이렇다
할 단서 하나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사또는 이상한 보고를 받았다. 마을의 이 서방아라는 자가 몇
달 사이에 큰 부자가 되었다는 보고였다.
"당장 그자를 잡아오도록 하라."
이 서방은 포박을 당한 채 관가로 끌려 들어왔다.
"이놈! 네 죄를 알렸다."
사또의 서릿발 같은 호령이 떨어지자 이 서방은 머리를 조아린 채
지금까지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아뢰었다.
"실은 몇 달 전부터 제 집 마당에 매일 쌀이 쌓여 있기에 그것을 주
워 담았을 뿐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어디서 터무니없는 거짓을 지껄이는냐?"
이 서방의 말은 사실이었으나 사또는 곧이듣지 않았다. 사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 놈이 바른 말을 할 때까지 곤장을 치도록 하라!"
포졸들은 그 동안 아무 죄도 없이 사또에게 맞은 분풀이를 하려고
곤장을 쥔 채 이 서방에게 달려들었다. 포졸이 곤장을 들어 이 서방의
볼기를 내려치려는 순간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천둥이 울렸다.
"쿠르릉, 콰광! 쿠릉,쾅!"
느닷없는 천둥소리에 관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쿠르릉, 쾅! 쿠릉, 쾅!"
천둥소리는 계속되었다. 그 소리는 마치 "이 서방을 벌하지 말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도대체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 저자를 용서하라는 말인가?"
사또는 너무 놀랍고 신기해 이 서방을 풀어 주었다. 그랬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천둥이 그쳤다.
"참으로 해괴한 일이구나. 이 서방은 어찌 된 영문인지 좀더 자세하
게 말해 보라."
곤장을 맞을 위기에서 풀려난 이 서방은 사또에게 지난 초여름에 개
미들을 살려준 일부터 시작하여 자초지종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사또가 말했다.
"그럼 그 개미집을 건져준 일 때문에 그대가 부자가 되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일이 아니라면 누가 제게 쌀
을 갖다 주었겠습니까?"
"그것 참, 희한한 일도 다 있구나. 그 개미들이 그대에게 은혜를 갚
고자 관청 창고의 쌀을 물어다 주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사또는 무엇인가를 골돌히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는 하늘의 뜻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구나. 그러니 사람
이 정한 법으로 그대를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대의 창고에 있는
쌀은 모두 하늘이 주신 그대의 것이니 나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것
이다."
결국 사또는 이 서방을 풀어 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 서방도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내 창고에 쌓인 쌀은 내 재산이 아닌 듯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과
함께 쓰고자 합니다. 내 쌀가마니를 모두 내와서 저 강에 둑을 쌓고 저
수지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홍수나 가뭄이 들어도 농사
짓는 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그 마을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생기게 되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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