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民心書
11. 賑荒 六條(진황 6조)
◎ 황정(荒政)은 선왕들이 마음을 다하던 바이니, 목민의 재능은 여
기에서 볼 수 있다. 황정을 잘 해야만 목민의 일을 모두 훌륭하게
수행 하였다고 할 수 있다.
◎ 흉년이 들어서야 구제에 나서는 정사는 미리 준비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모두 구차할 뿐이다.
◎ 곡부(穀簿) 가운데는 진곡(賑穀)이 따로 있다. 그러므로 자기 고
을에서 저축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허실이 있는지 자주
조사해야 한다.
◎ 농사가 이미 흉작으로 판정되면, 급히 감영에 나아가서 곡식 옮겨
올 일과 조세 감할 일을 의논하여야 한다.
◎ 먼 곳으로 곡식을 옮기기보다는 그 고장에 유치하는 것이 낫다. 양
쪽이 다 편리하게 되는 정사를 강구해서 상부에 청해야 한다.
◎ 진자에 보조하는 여러 물건을 궁중에서 하사하는 일이 있었으니,
그걸 계승하는 정사가 마침내 관례가 되었다.
◎ 임금의 은혜가 고르더라도 선량한 목민관이라야 받들어 행할 수가
있다.
◎ 어사가 내려와서 진휼(軫恤)하는 일을 보살피고 감독하면, 급히
가서 뵙고 진휼에 관한 일을 의논해야 한다.
◎ 이웃 고을에 곡식이 있으면 곧 사들여야 할 것이다. 조정의 명령이
있더라도 곡식 매매를 막지 못할 것이다.
◎ 강이나 바다의 어귀에서 저점(邸店)을 살펴서 그 횡포를 금하고
장삿배가 모여들게 해야 한다.
◎ 임금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형편에 따라 창고를 열어 곡식을 방
출하는 것이 옛날 뜻이다. 하지만 이는 사신이 행할 일인데 오늘날
현령이 어찌 감히 할 수 있으랴.
항정 : 흉년에 백성을 구제하는 정사.
곡부 : 곡식의 장부.
진곡 : 백성을 구제하는 곡식.
진휼 :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
저점 : 점포와 여관.
◎ 권분(勸分)의 법은 멀리 주나라 때부터 시작되었으나, 세도가 떨
어지고 정치가 쇠퇴해져서 이름과 실제가 같지 않아졌다. 오늘날
의 권분은 옛날의 권분하는 법이 아니다.
◎ 중국의 권문법은 모두 조미를 권하였으며, 모두 베풀어 주기를
권하였고 바치는 것을 권하지 않았다. 또한 모두 자신이 먼저 하
였고 입으로만 하지 않았으며, 모두 상을 주어 권하였고 위협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의 권분은 예가 아님이 극심하다.
◎ 우리나라의 권분법은 백성들로 하여금 곡식을 바치게 하여 만민
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이는 옛법이 아니지만 관례가 이미 이루
어졌다.
◎ 찰방(察訪)과 별좌(別坐)는 벼슬로 갚아 준다. 이것은 예전 사례
가 있고 나라 역사에도 실려 있다.
◎ 넉넉한 집을 가리어 3등급으로 나누고, 이 3등급을 또 각각 자세
하게 쪼개어야 한다.
◎ 향리의 인망이 있는 사람을 뽑고 날을 정하여 친절히 불러다가
공론을 채택해서 넉넉한 집을 정한다.
◎ 권분이란, 스스로 나누어 주기를 권하는 것이니, 스스로 나누어
주기를 권함으로써 관의 부담을 덜어 주는 일이 많다.
◎ 권분의 영이 나오면 부잣집은 물고기처럼 놀라고 가난한 선비는
파리처럼 덤벼들 것이다. 그러므로 기밀을 삼가지 않으면 크게 욕
심을 내어 제 몸만 위하는 자가 있게 된다.
◎ 굶주린 사람의 입에 든 재물을 도둑질하면 소문이 변방까지 들리
고 재안이 자손에게까지 끼치게 된다. 그러니 그런 생각은 절대로
마음속에서 싹트게 해서는 안 된다.
◎ 남쪽 지방의 여러 사찰에 혹시 부자 승려가 있으면 권하여 그 곡
식으로 산 주위에 있는 백성을 구제하고, 세속에 인연이 있는 친
족들에게 은혜를 베풀게 하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권분 : 흉년에 부자에게 곡식을 추렴하여 가난한 자를 구제하게 하는 일.
조미 : 값을 헐하게 정하여 그들로 하여금 백성에게 팔도록 하는 것.
찰방 : 각 역을 맡은 관원.
별좌 : 육품의 벼슬 이름.
제3조 규모(規模) : 구제는 사랑의 마음으로 |
◎ 흉년에 구제하는 것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는 시기에 맞추
는 것이고, 둘째는 규모가 있는 것이다. 불에 타는 것을 구제하고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는 데 어찌 시기를 소흘리 할 수 있으며, 대
중을 부리고 물자를 고르게 하는 데 어찌 규모가 없을 수 있겠는가?
◎ 구제곡을 주는 법은 국법에 없긴 하지만, 현령이 개인적으로 사
들인 쌀이 있으면 시행하는 것이 좋다.
◎ 진장(賑場)을 설치함에 있어서 작은 고을이라면 한 두 곳에 그치
고, 큰 고을에는 십여 곳을 만드는 것이 예전의 법이었다.
◎ 어진 사람이 진휼하는 일이란 불쌍히 여기는 것뿐이다. 다른 곳
에서 들어오는 자는 받아들이고, 내 고을에서 다른 고을로 가는
자는 만류하여 네 고장의 구별이 없어야 한다.
◎ 오늘날의 유민들은 돌아갈 곳이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므
로 간절히 권유해서 그들로 하여금 경솔하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굶주린 가구를 뽑아 3등급으로 나누고, 그 상등은 또 3급으로 나
누며, 중등과 하등은 각각 1급씩을 만든다.
진장 : 굶주린 사람을 구제하는 장소.
◎ 진휼청(賑恤廳)을 설치하고 감독 관리를 두며, 가마솥을 갖추고
소금과 간장, 미역, 마른 새우를 마련한다.
◎ 알곡을 키질해서 실제 숫자를 알고 굶주린 인구를 세어서 실제
수효를 정해야 한다.
◎ 진패(賑牌), 진인(賑印), 진기(賑旗 ), 진두(賑斗), 흔패, 진력(賑
曆)등을 만든다.
◎ 소한 10일 전에 구제하는 조례와 진력 1부를 써서 여러 마을에 나
누어 준다.
◎ 소한에 목민관은 일찍 일어나서 전패(殿牌)에 나아가 예를 행하
고, 이어서 진장에 나아가서 죽을 먹이고 구제미를 나누어 준다.
◎ 입춘에 진력을 고치고 진패를 정리하여 크게 그 규모를 넓힌다.
경칩에 대여곡을 나누어 주고, 춘분에는 조미를 나누어 주며, 청
명에는 대여곡을 나누어 준다.
◎ 떠돌며 걸식하는 거지는 천하의 궁한 백성으로서 호소할 데가
없는 자이다. 어진 목민관은 이들에게도 마음을 다해야지 소흘
히 해서는 안 된다.
◎ 사망자의 명부는 평민과 굶주린 백성을 구분해 각각 1부씩 만
든다.
◎ 기근이 든 해에는 반드시 전염병이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구제
하고 치료하는 방법과 시체를 거두어 묻는 정사에 더욱 마음을
써야 한다.
◎ 버린 갓난아이는 길러서 자녀로 삼고, 떠돌아다니는 어린이는
길러서 노비로 삼되, 모두 국법을 거듭 밝혀서 잘사는 집에 깨
우쳐 보내 주어야 한다.
진휼청 : 진휼을 맡아보는 관청.
진패 : 진휼을 받을 수 있는 패.
진두 : 구제곡을 나누어 주는 말.
흔패 : 관청문을 출입할 수 있는 표시.
진력 : 구제사업에 쓰는 달력.
전패 : 각 고을 관아에 궁궐을 상징하는 패를 모신 곳.
◎ 농사가 흉작으로 판가름 나면 마땅히 논을 갈아엎어 밭으로 만들도
록 당부해서 일찍 다른 곡식을 뿌리도록 하고, 가을이 되면 보리를
갈도록 거듭 권한다.
◎ 봄철에 해가 길어지면 공사를 일으켜야 한다. 허물어진 관사도 고
쳐야 한다면 이때에 수리해야 한다.
◎ 구황(救荒)하는 식물로서 백성들이 식량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좋은 것을 골라 향교의 여러 선비들로 하여금 두어 가지 종류를 가
리게 하여 각각 전하여 알리게 해야 한다.
◎ 흉년이 들었을 때 도둑을 없애는 정사는 힘써야 하지만, 실정을
알고 나면 불쌍해서 죽일 수가 없다.
◎ 굶주린 백성이 불 지르는 것도 마땅히 금해야 한다.
◎ 곡식을 소모하는 것으로는 술과 단술보다 더한 것이 없다. 그러
므로 술을 금하는 법을 그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 세금을 가볍게 하고 공채를 탕감해 주는 것은 선왕(先王)의 법이다.
겨울에 양식을 거두고 봄에 조세 거두는 것과 민고의 잡역과 저리의
사채도 모두 너그럽게 완화해 주도록 하고 재촉해서는 안 된다.
구황 : 흉년 따위로 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을 줌.
◎ 구제하는 일이 끝나 가면 처음과 끝을 점검해서, 자신이 범한 잘
못을 하나하나 살펴야 한다.
◎ 스스로 비축한 곡식을 상사에 보고해야 하니, 스스로 설정을 조
사 해서 거짓으로 기록하지 말아야 한다.
◎ 잘하고 잘못한 것, 그리고 공로와 죄과에 대해서는 법령을 자세
히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 망종에 이미 진장을 파하였으면 곧 잔치를 베풀어야 하는데, 기
악은 쓰지 않는다. 이날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고 이튼날에는
장부를 정리하여 상사에 보고한다.
◎ 큰 흉년이 든 뒤에는 백성들의 기진맥진함이 마치 큰 병을 치른
뒤에 원기가 회복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러한 까닭에 어루만지
고 안정시키는 것을 소흘리 해서는 안 된다.
망종 : 24절기의 하나 6월 5일경으로, 보리는 익어 먹게 되고 벼의 모가
자라 심을 때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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