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民心書

고을에서 낳은 망아지까지 돌려줘

eorks 2011. 3. 26. 00:25

牧民心書
제12장 해관 6조[관직에서 퇴임할 때 지켜야 할 사항들]
고을에서 낳은 망아지까지 돌려줘
淸士歸裝脫然瀟灑하여 幣車羸馬라도 其淸飄襲人이니라.
청사귀장탈연소쇄하여 폐거리마라도 기청표습인이니라.
맑은 선비가 돌아가는 행장은 가뿐하고 시원스러워 낡은 수레와
여윈 말이라도 맑은 바람이 사람을 감싼다.
- 귀장(歸裝) -
    
      당나라의 육장원이 여주에서 목민관을 지낼 때의 일이다.
    청렴하게 살던 그가 나중에 여주를 떠날 때 짐을 실은 수레가 두 대였
    는데, 그때 그는 이렇게 탄식하였다.
      "우리 할아버지가 위주에서 벼슬을 그만둘 때에는 수레가 한 대였는
    데 그 중 책이 반을 차지했었다. 나는 할아버지께 훨씬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나라 때 시묘는 수춘 지방의 목민관으로 부임할 때 누런
    암소를 타고 왔다. 그 암소가 1년이 지난 뒤에 송아지 한 마리를 낳았
    다. 송아지는 무럭무럭 자랐고, 후에 시묘가 벼슬을 내놓고 떠나면서
    관리들에게 송아지를 남겨 주면서 말했다.
      "이 송아지는 너희 땅에서 낳은 것이니 나의 소유가 아니다."
      또한 고려 때 유석은 안동에서 목민관으로 지내면서 훌륭한 정사(政
    事)를 펼쳤다. 그러나 최이 등의 모함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는데 그가
    떠나갈 때 노인과 아이들 가리지 않고 뛰쳐나와 길을 막고 울부짖었다.
      "하늘이여, 우리 공께서 무슨 죄가 있습니까? 공이 가시니 이제 우리
    는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그러면서 모두 달려들어 붙잡고 늘어져서 가는 길을 막았다. 게다가
    그의 아내가 자식들을 거느리고 가는데 말이 세 필뿐이어서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고을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면서 눈물로써 하루 머무르
    기를 청하였으나 응하지 않았다. 고을 사람들은 할 수 없이 부랴부랴
    말과 마부를 구해 와 부인에게 말했다.
      "제발 이 말이라도 타고 떠나십시오. 그래야 저희들의 서움함이 조금
    이라도 가시겠습니다."
      하지만 유석의 부인은 사양하면서 대답했다.
      "남편이 귀양을 가면 처자도 같은 죄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죄인이
    한가하게 말을 타고 떠나겠습니까?"
      고을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찬탄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참으로 우리 유공의 배필이다."
      또한 고려 때 최석이 승평 지방을 다스릴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예
    부터 전해오던 그 고장의 풍속이 하나 있었는데, 고을의 목민관이 교체
    되어 돌아갈 때에는 반드시 말 여덟 필을 주되 마음대로 고르게 하였
    다. 최석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전례에 의하여 고을 사람들이 말
    을 바치자 최석이 웃으며 말하였다.
      "서울까지 갈 수 있으면 족하지 이 말 저 말 가릴 것이 있겠는가?"
      결국 최석이 말을 돌려보내자 고을 사람들도 그가 돌려보낸 말을 받
    지 않았다. 고을의 촌로가 최석에게 와서 말하였다.
      "이건 우리 고을의 오랜 풍속이거니와 공께서는 그동안 저희 고을을
    편하게 이끌어 주셨기에 좋은 말을 타고 가실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러자 최석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소. 만약 내가 돌려보낸 말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를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여겨 받지 않는 것과 같소. 내가 기르던 암말이
    이 고을의 수말과 접하여 망아지를 낳았는데 내가 그 망아지를 끌고 돌
    아온 적이 있소. 그것은 내가 탐욕스러웠기 때문이오."
      그러면서 그 망아지까지 돌려보냈다. 그 뒤에 최석의 일화가 이 고을
    에 대대로 전해지고 마침내는 이 풍속이 고쳐졌다. 승평 지방 사람들은
    이를 기리기 위해 비를 세워 `팔마비(八馬碑)`라 하였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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