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民心書

냄비 속에 버려진 아이

eorks 2011. 3. 23. 00:34

牧民心書
제11장 진황 6조[어려운 백성들을 구하는 방법들]
냄비 속에 버려진 아이
纓孩遺棄者養之爲子女하고 童穉流離者養之爲奴婢하되
竝宜申明國法하여 曉諭上戶니라.
영해유기자양지위자녀하고 동치류리자양지위노비하되
병의신명국법하여 효유상호니라.하되
버린 갓난아이는 길러서 자녀로 삼고, 떠돌아다니는 어린이는 길러서
노비 삼되, 모두 국법을 거듭 밝혀서 잘사는 집에 깨우쳐 보내 주어야
한다.
- 설시(設施) -
    
      어느 시골에 처녀가 혼자 몸으로 살고 있었다.
      그 처녀가 살고 있는 동네는, 예전에는 큰 집들이 많이 있었으나, 갑
    자기 흉한 돌림병이 돌아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어 버리고 말았다. 돌
    림병이 돌던 중에 이 처녀만 기적같이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
    처녀는 혼자 살면서 나무열매나 풀뿌리를 캐먹으며 그날그날 연명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냇가로 물을 길러 나간 처녀는 상류 쪽에서
    떠내려 오는 냄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냄비를 건져 보니 뜻밖에
    그 안에는 갓난아이가 들어 있었다.
      처녀가 냄비 안에서 아이를 꺼내 안자 아이는 처녀에게 생글생글 웃
    어 보이는 것이었다. 혼자 쓸쓸하게 지내던 처녀는 아이를 얻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처녀는 아이에게 온 정성을 쏟으며 잘 키웠고 그 아이도 튼튼하게
    자라 이제는 걸음마를 하며 놀 정도가 되었다.
      그 무렵, 처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냄비가 물살에 뒤집어지지도 않고 여기까지 흘러 내려온 걸 보면
    분명히 그다지 멀지 않은 상류 쪽에 사람이 살고 있을 거야, 이제 아이
    도 성장했으니 제 부모를 찾아주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그리하여 처녀는 아이를 냄비 속에 넣고 등에다 짊어진 채 길을 떠
    났다. 냇물을 따라 한참 거슬러 올라가더니 마을 한가운데에 큰 집 두
    채가 나란히 서 있었다.
      서둘러 마을로 내려간 처녀는 냄비에서 아이를 꺼내 안은 다음 왼쪽
    에 있는 집앞에 가서 대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집안에서 귀걸이와 목걸
    이 등 온갖 장신구를 몸에 치렁치렁 단 미모가 빼어난 여자가 나왔다.
      "당신은 누구요? 그리고 그 아이는 또 뭐지? 밥을 얻어먹을 생각이라
    면 다른 집에 가서 알아보라고!"
      여자는 쌀쌀맞게 한 마디 던지고 대문을 닫으려 했다. 그때 처녀가
    재빨리 나서서 말했다.
      "당신은 참 인정머리가 없군요. 이 아이 얼굴을 봐서라도 먹을 것을
    좀 주시면 안 될까요? 당신은 이 아이 얼굴을 보고도 조금도 가엾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러자 여자는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지 처녀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처녀는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집 주인에게 인사를 올렸다. 주인 남
    자의 풍모는 무척 후덕하게 보였지만 무슨 근심거리가 있는지 머리와
    수염도 제멋대로 길었고, 안색도 몹시 초췌했다.
      "잠시 머물다 가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히 쉬다 가십시오."
      주인은 겸손하게 말하면서, 방금 대문을 열어준 부인에게 따뜻한 식
    사를 대접하라고 일렀다.
      "하하하, 그 녀석 참 예쁘게 생겼구나. 내가 한번 안아 봐도 되겠습
    니까?"
      "그러시지요."
      주인은 처녀가 데리고 온 아이를 받아 안더니 금세 얼굴이 활짝 펴
    졌다. 주인이 아이를 데리고 노는 동안 처녀는 맛있게 식사를 했다.
      아이는 곧 주인과 어울려 함께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이의 짓궂은
    장난에도 주인은 그저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 무릎에 앉히기
    도 하고 번쩍 추켜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순간 주인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 광경을 보고 처녀는 부인에게 물었다.
      "왜 그러시죠?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요?"
      "모두가 당신 때문이오."
      "예?"
      "우리 집 주인이 얼마 전에 아이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었는데 난데
    없이 당신이 아이를 안고 나타나는 바람에 잃어버린 아이 생각이 나서
    저렇게 눈물을 흘리는 거란 말이오."
      부인은 여전히 쌀쌀맞게 대하면서 처녀를 쏘아보았다.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처녀가 이튼날 집을 나서기 위해 주인에게
    마당에 서서 인사를 올렸다. 주인은 안방 문을 열며 밖으로 나와 처녀
    의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주인이 갑자기 처녀가 짊어진 냄비를 보고는
    마당으로 뛰어 내려왔다.
      "이 냄비는 원래부터 아가씨 것이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냄비인
    데.........."
      "아닙니다. 제 냄비가 아닙니다."
      "그럼 이 냄비가 어디서 났소?"
      그때 부인이 남편의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길 떠나는 사람을 붙잡고 뭐 그런 것을 물어보세요? 그까짓 냄비가
    어디서 났건 무슨 상관이에요? 이 여자를 빨리 돌려보낼 테니 당신은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그러나 주인은 부인의 만류를 뿌리치며 처녀에게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아니오. 잠깐 기다리시오. 아무래도 저 냄비를 어디서 본 것 같으니
    내 기억이 되살아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그리고 어서 대답해
    주시오, 저 냄비가 어디서 났는지."
      처녀는 주인의 물음에 사실대로 대답해 주었다.
      "사실 이 냄비는 몇 년 전에 이 아이가 냇물을 타고 내려왔던 것입니
    다."
      "뭐요? 그게 정확히 몇 년 전이오?"
      "한 삼 년 되었습니다."
      "오오, 이럴 수가....."
      주인은 뭔가 집히는 것이 있는지 갑자기 눈을 번득이고 얼굴에는 긴
    장감이 가득했다. 처녀는 말을 계속했다.
      "저는 냇물을 따라 냄비를 타고 내려온 이 아이를 지금까지 성심껏
    길러 왔습니다. 허나 이젠 이 아이도 많이 자랐기 때문에 한 번만이라
    도 친부모에게 보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아이의 친부모를 찾
    아 나선 것입니다."
      처녀가 그 말을 마쳤을 때 주인이 큰소리로 말했다.
      "맞았어! 저건 우리 냄비야. 삼 년 전 내 생일 때 저 큰 냄비에 고기
    를 삶았지. 여보, 안 그렇소?"
      주인이 자기 부인에게 얼굴을 돌려 물어보자, 그녀의 얼굴이 금세 빨
    갛게 변했다.
      "그. 글쎄요. 난 잘 모르겠는데........."
      부인은 얼버무리며 남편의 시선을 피했다. 그것을 보자 주인은 무언
    가 확신을 한듯 단호하게 말했다.
      "이보시오, 부인! 내 눈에도 저 냄비는 분명 우리 것인 줄 알겠는데,
    부엌살림을 하는 당신이 저 냄비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오?"
      주인 남자는 드디어 화를 내며 부인을 꾸짖었다.
      "좋소. 저 아가씨의 말이 거짓인지, 당신의 말이 거짓인지 내가 꼭
    밝혀 내겠소."
      그러면서 주인은 하인들에게 화롯불을 가져 오라고 일렀다. 잠시 후
    화롯불이 당도하자 주인은 냄비에다 펄펄 끓는 물을 담은 다음 화로 위
    에 올려놓았다. 주인은 부인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자, 이 냄비 속에다 손을 넣어 보시오. 만약 당신이 거짓말을 안 했
    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나, 만약 거짓말이라면 손을 데이고 말 것
    이오."
      주인 여자는 펄펄 끓는 물을 보자 와락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여보, 우리 아이는 정말 삼 년 전에 냇물에 빠져 죽었다니까요? 왜
    제 말을 믿지 못하죠?"
      "그러니 어서 이 끓는 물에 손을 집어넣어 보란 말이오."
      그러자 부인은 무너지듯 주저앉아 남편에게 용서를 빌었다.
      "용서해 주세요. 저 냄비는 우리 것이 맞아요>"
      "역시 내 짐작대로군. 도대체 왜 우리 아이를 그렇게 만든 거요?"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 당신은 누구보다도 저를 사랑해 주었어
    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만 사랑하고 저에게는 조금도 관
    심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럴 바에야 아이 따위는 없는 편이 낫겠
    다고 생각해 냄비에 넣어 냇물에 흘려보냈던 거예요."
      주인은 이야기를 다 듣고 너무 기가 막혀 부들부들 떨면서 비정한
    아내이자 어머니인 아내를 집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그리고는 아이를 다시 껴안으며 처녀에게 말했다.
      "아가씨 정말 고맙소. 내가 그 동안 너무 순진했었던 것 같군요. 아이
    가 그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저 사람의 말만 믿은 내가 잘못이었소."
      이렇게 말하며 주인은 아이를 더욱 다정하게 보듬었다.
      처녀는 주인의 권유로 며칠 더 그 집에서 묵게 되었고 주인은 길일
    을 택해 처녀의 마을로 가서 돌림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장례도 지내 주
    었다.
      처녀는 그 동안 길러준 아이가 "어머니, 어머니" 하며 따르는 것을
    차마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인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 아이
    의 어머니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녀는 이제 부잣집 마나님이 되어 마을
    사람이 우러러보는 사람이 되었다.
      한편 자기 아이를 버린 몰인정한 그 여자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멸시
    를 받고,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움막을 짓고 혼자 사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외롭게 살던 처녀와 부잣집 마나님의 위치가 바뀌게 된 셈이
    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