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의오청운 문장고백설(節義傲靑雲 文章高白雪)
약불이덕성도용지 종위혈기지사기능지말(若不以德性陶鎔之 終爲血
氣之私技能之末)
절의는 청운의 자리라도 내려다보며, 문장은 백설보다 높을지라
도, 만약 그것이 덕성으로써 수양된 것이 아니라면, 객기의 사행
(私行)과 기능의 말기(末技)가 되고 말 것이다.
<채근담>에 있는 말이다. 절개와 의리, 학문 등이 아무리 뛰어
나도 올바른 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그저 자그마한 성취나 잔 재
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채근담>은 명나라 사람 홍자성이 써서 남긴 수상집으로 인
생 수양서로서 이름이 높다. 그는 간결한 문장에 깊은 사색을
담아 현실 세계를 사는 지혜와 탈속한 삶의 여유를 동시에 그
려낸다. 의리나 절개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공자나 맹자
가 준엄하다면 홍자성은 다소 유연하다.
"절개와 의리를 표현하는 사람은 절개와 의리 때문에 헐뜯
음을 당하고, 도덕과 학문을 표방하는 사람은 도덕과 학문 때
문에 원망을 불러들인다. 그러므로 군자는 악한 일에도 가까이
가지 않고 좋은 이름에도 가까이 서지 않는다. 오직 혼연한 화
기(和氣)만이 곧 몸을 보전하는 보배인 것이다."
무언가 강력히 주장하다가 그 주장에 의해 자신이 궁지에 몰
리는 경우 더 크게 비난을 받는다. 도덕이나 학문적 성취도 마
찬가지다. 자신의 도덕성이나 학문적 업적을 무기로 내세우다
보면 과오를 저질렀을 때 그로 인해 더 큰 도덕적 상처와 불신
을 당하게 된다. 그러니 군자는 나쁜 일도 하지 말아야 하거니
와 선행이나 업적을 내세우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하며, 오로지
마음의 평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견 비겁해 보이는 발언이다. 누군가는 현실 타협적이라고
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얘기를 음미해 보면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절의가 있는 사람은 온화한 마음을 길러야 비로서 분쟁의
길을 걷지 않을 것이요, 공명심이 강한 사람은 겸양의 덕을 체
득해야 비로서 질투의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온화한 마음과 겸손한 태도다.
......^^백두대간^^........白頭大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