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 때의 문신이며 학자인 미수(眉叟) 허목(許穆)이 올 린 상소문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삼가 아룁니다. 병조에서 신설한 무사를 뽑는 법에 벼 슬이 있고 없고 막론하고 추천된 자를 다 소집하여 열을 지어 앉혀 놓고 그들의 용모를 살피고, 그들의 말을 듣고서 뽑을만 한 자를 뽑고, 뽑을 만하지 못한 자는 보내기로 법령을 정비하 였는데, 이는 인재를 모으는 방법에 있어서 상세하고도 극진하 달 수는 있겠으나 그 폐단이 말과 용모를 꾸미고 가꾸어서 벼 슬을 얻는 지름길로 삼을 것이므로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이 는 칼 쓰기, 말 타기, 활쏘기로 시험을 보아 뽑는 것과는 다릅니 다. 대체로 훌륭한 인재가 있다 해도 사람들이 이를 쉽게 알 수 없는데, 외모와 말솜씨에는 남을 속이기에 충분함이 있어서 속 마음이 성실한 자는 세상에서 빛을 볼 수 없게 되며, 그 중에는 이러한 폐단으로 인해 스스로 시험 치기를 거부하는 자도 있을 터이니 이는 조정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들이 비록 무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조정의 관작(官爵)인 이상 가볍게 여겨서 아무렇게나 주어서는 안 되며, 사람을 쓰고 벼슬을 줌 에 있어서도 이처럼 해서는 안 될 줄로 아옵니다."
상소의 주제는 관리를 등용함에 있어서 용모나 말제주보다 는 성실성에 기준을 두어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도 실력 보다는 외모나 언변을 중시해 사람을 뽑는다. 하여 세간의 가십 거리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폐단이 옛날이 라 해서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말이 있다. 교묘한 말과 표정으 로 겉치레할 뿐 좋은 내용은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공자는 말 하기를 `말솜씨가 교묘하고 모가 없는 표정을 짓는 이 중에는 성실한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하였다. 또한 말하기를, `무뚝뚝하 고 꾸밈이 없는 사람은 완성된 것을 갖춘 셈이나 진배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럼 사람이라도 완성된 덕을 갖추었다고는 말 할 수 없다. 형식과 실질이 조화를 이루어야지만 비로소 순자 라고 공자는 말했다. 여러 방면의 학문을 배우고 그것을 형식 으로써 정히 통제하라고 가르쳤다. 결코 무뚝뚝하고 우직한 태 도를 권장한 것은 아니다. 공자는 무엇보다도 말과 표정으로 사람을 속이는 교활함을 미워했던 것이다.
<사기> `상군전`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모언화 지언실(貌言華 至言實), `미사여구는 실속이 없으며 지극한 말에는 성실 한 뜻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상앙(商鞅)이 진(秦)나라의 재상으로 10년째 군림하며 막강 한 권력을 휘두르자 진나라의 왕족이나 외척들 중에서 상앙을 원망하고 시기하는 자가 많이 생겼는데, 하루는 조양(趙良)이 라는 자가 상앙에게 와서 말했다.
"그대가 평소 남에게, 오랑캐와 같이 부자(父子)간의 구별도 없이 한 여자를 공유하는 진나라의 만풍(蠻風)을 뜯어고치는 등의 업적을 스스로 자랑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는 그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남이 말하는 모든 것을 그르다 하고 오로지 자신만이 잘났다고 교만해하니, 바라건대 내가 그 대에게 하루 종일 직언을 한다 해도 죽임을 당하지 않기를 바 랍니다."
상앙이 대답했다.
"이런 말이 있지요. `겉으로 화려하기만 한 말은 꽃이고, 지 극 정성스런 말은 열매이며, 괴로운 말은 약이고, 달콤한 말은 독이다`라고요. 그대가 진종일 나에게 직언을 해 준다면 그것 은 약이 되겠으니 사양할 리가 있겠습니까? 나는 지금부터 그 대를 나의 스승으로 섬기겠소."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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