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인재와 둔재

eorks 2013. 10. 1. 00:02
고전(古典) 이야기 ~수련과 성찰~

인재와 둔재
`연석(燕石)`이란 말이 있다. 연산 지방에서 나는 돌인데 쓸데없는 돌맹이란 말이다. 그 사연은 `태평어람(太平御覽)`에 실려 있다. 송나라에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오대(梧臺)의 동쪽 에서 연석을 주워 가지고 돌아와 이게 웬 보석인가 하며 깊이깊이 간직했다. 그러자 주객이 그 소문을 듣고 쫓아와 보여 달라고 했 다. 어리석은 사람은 마치 무슨 보물단지를 대하듯 신중한 예를 갖 추고는 열 겹으로 싼 가죽 상자를 꺼내 왔다. 그 상자는 다시 열 겹 의 비단으로 싸여 있었다. 그는 정중하게 상자를 열었다.
돌맹이를 살펴 본 주객은 껄껄 웃었다.
"이것은 연석이라는 것으로 흔하디흔한 기와 조각이나 벽돌과 다 를 바가 없다."

시옥요소삼일만(試玉要燒三日滿)
변재수대칠년기(辨材須待七年期)

옥돌을 시험하려면 꼬박 사흘은 태워 보아야 하고, 인재를 가리려 면 7년은 기다려야 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방언(放言)`에서 한 말이다. 옥돌 은 보석의 일종이다. 귀하기 때문에 값도 비싸다. 그런데 옥돌의 진가나 품질의 고하를 가리는 데에는 거기에 합당한 방법과 시간 이 필요하다. 옥돌의 진가나 품질의 고하를 가리는 데에만도 사흘 이 필요하다 하였으니 사람의 품성이나 능력을 제대로 가려내기 란 그보다 훨씬 더 어렵고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도 훨씬 더 길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제와 둔재도 실상은 그 경계를 명확히 하기가 어렵다. 똑같은 재 주나 실력도 그것을 쓰이는 장소나 시간 또는 주인에 따라서 그 가 치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석(匠石)이라고 하는 유명한 목공이 있었다. 장석이 제나라로 가다가 지신(地神)을 모신 사당에 버티고 서 있는 엄청나게 큰 상 수리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그 나무가 하도 크고 장관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자 장식의 제자가 왜 구경하지 않고 그 냥 지나치는지 몰라서,
"이처럼 훌륭한 재목을 본 적이 없는데 왜 그냥 지나치십니까?"
하고 물었다. 제자의 물음에 장식은 다음처럼 응해 주었다.
"그런 소리 말게. 그건 쓸모없는 나무야.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 라앉고, 그것으로 널을 짜면 썩어버리고, 그것으로 그릇을 만들면 망가지고, 문을 만들면 진물이 나고, 기둥을 만들면 좀이 나지. 저 건 재목이 못 되는 나무야. 아무 소용이 없어서 저렇게 오래 살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장석의 꿈에 상수리나무가 나타나 말했다.
"너는 나를 쓸모없는 나무에 비교하느냐? 열매를 맺는 나무는 그 열매가 익게 되면 잡아 뜯기게 된다. 뜯기면 부러지고 꺾이고, 잔 가지는 찢어지고 만다. 이는 열매를 맺는 능력 탓으로 제 삶이 괴 롭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쓸모없기를 바라왔다. 죽을 뻔했 으나 오늘 자네가 쓸모없다고 하여 비로소 나는 뜻을 이루어 큰 쓸 모로 삼게 되었다. 내가 쓸모가 있었더라면 어떻게 이렇게 크게 될 수 있었겠는가?"
그럴 듯한 주장이다. 상수리나무가 천수를 다할 수 있음은 쓸모없 는 것을 가장 쓸모 있는 것으로 간직한 까닭이다. 인간의 어리석음 이란 이처럼 유용에 대한 과신(過信)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니 이제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재와 둔재에 대한 이 야기 또한 그러한 과신으로부터 비롯된 구별인지도 모른다. 다만 고래의 교훈을 전하고자 할 뿐이니 이를 넘어서는 사색은 독자 제 위의 재량에 맡길 뿐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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