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뒷발자국과 앞발자국

eorks 2013. 9. 30. 08:17
고전(古典) 이야기 ~노력과 발전~

뒷발자국과 앞발자국
<호곡만필(壺谷謾筆)>은 조선 숙종(肅宗) 때의 문신 남용익 (南龍翼)이 편찬한 시문 집이다. `호곡(壺谷)`은 그의 호이다. `호곡만필`엔 문학평론가로서 `지봉유설(芝峰類設)`로 유명한 이수광(李晬光)과 그의 아들 이민구(李敏求)를 평한 글이 있어 서 소개해 본다.

"이지봉(李芝峰)은 일생 동안 당나라 사람들의 한아(閑雅)하 고 담박(淡泊)함, 온화하고 고아(高雅)함을 두루 전공하여 글귀 들이 모두 아름답고 경구들은 많으나 문장에 힘이 없다. 또한 그 아들 관해(觀海 ; 이민구의 호)는 명나라의 시를 숭상하여 조격(調格)이 있어서, 어떤 것과 과조(跨竈)라고 할 수 있으나 조예(造詣 ; 학문이나 예술, 기술 따위의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깊은 경지에 이른 정도)는 따라가지 못한다."

여기서 `과조`란 좋은 말은 뒷발자국이 앞발자국보다 더 앞 서서 땅에 박힌다는 뜻으로, 아들이 아버지보다 낫다는, 즉 청 출어람(靑出於藍)과 같은 뜻의 말이다.
<한서> `효성제기(孝成帝紀)`에 보면,
"말세에 와서 이단(異端)이 쏟아져 나와 제자(諸子)들의 조 예(造詣)가 대륜(大倫)을 어지럽히니, 사람들이 자기네들의 뜻 을 멋대로 떠들게 되었다."
라고 나와 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은 푸른색은 쪽에서 났지 만 쪽보다 더 푸르다는 말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훌륭한 경우 를 이른다. <순자(筍子)>에,
"군자가 말하기를 학문은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청색은 쪽 풀에서 나왔으나 쪽풀보다 푸르고..."
하였다. 한편으로, 송나라 혜홍(惠洪)이라는 사람이 지은 <냉 재야화(冷齋夜話)>라는 책에 `환골탈퇴(換骨奪胎)`라는 말이 나온다. 선가(仙家)의 연단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뼈를 바꾸 고 태를 빼낸다`는 뜻이다. 흔히 얼굴이나 외모가 몰라볼 정도 로 아름다워진 결우를 이른다. 또, 남의 문장이나 시를 교묘히 활용하여 더욱 완벽하게 지어낸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북송의 시인 황정견(黃庭堅)은 이 말을 차용하여 다음과 같은 문학론 을 펼치고 있다.
"시의 뜻은 무궁하나 사람의 재주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는 재주로 무궁한 뜻을 좇는 것은 도연명이나 두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뜻을 바꾸지 않고 그 말을 만드는 것은 가 능하다. 이것을 환골법(換骨法)이라 한다. 또, 그 뜻을 본받아 이를 형용하는 것을 탈태법(奪胎法)이라 한다."
쉽게 말해 선배 문인들의 작품을 끌어다가 이를 적절히 변용 하여 자신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환골법이나 탈태법 을 잘 구사하려면 선인들의 작품을 많이 알고 기왕에 전해 내 려오는 자료를 많이 수집하여 두루 섭렵해야 함은 물론이고 항 상 자구를 다듬는 일에 정진해야 한다. 이에 소흘하면 자칫 단 순한 모방이나 표절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학문도 마찬가지다. 하늘 아래 새로운 학문을 일으킨다는 것 이 어디 쉬운 일인가. 스승의 가르침에 제자의 깨달음을 더하 여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것,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 이 곧 진보의 원천이 아니겠는가.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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