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말이 있다. 바로 `낭중지추(囊中之錐)` 다. 평원군 조승은 조나라 혜문왕의 동생이므로 조나라 공자의 한 사람이다. 당시는 제나라 맹상군, 위나라 신능군, 초나라 춘 신군과 등이 경쟁적으로 선비들을 초청해 후하게 대우하던 시 대였는데, 그는 손님들을 좋아하여 그에게 몰려온 손님이 수천 명에 달했다고 한다. 진나라 군대가 조나라의 도읍지인 한단을 포위하였다. 조나 라에서는 평원군을 파견하여 초나라와 동맹을 맺으려 했다. 평 원군은 식객 중에 용기와 문무를 겸한 사람 20명과 동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19명까지는 선발했지만 나머지 한 명 명을 뽑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러자 식객 중 모수(毛遂)란 사람이 가담하겠다 고 나섰다. "선생은 우리 집에 와서 몇 년이나 되었습니까?" "삼 년 되었습니다." "현명한 사람이 있으면 마치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것(→ 낭중지추 ; 囊中之錐)처럼 그 끝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입니 다. 그런데 선생은 우리 집에 삼 년이나 되었는데도 들은 적이 없군요. 결국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까?" "저는 오늘 처음 주머니 속에 넣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만 일 일찍부터 주머니 속에 넣어두셨다면 송곳 끝은 고사하고 송 곳 자루까지 튀어나왔을 것입니다." 모수의 지략은 마침내 합종책을 성공시켰다. <사기>에 전하 는 얘기다. 낭중지추는 바로 여기서 유래한 말로 재주가 뛰어 난 사람, 즉 인재는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이 알게 된다는 뜻이다. 인재를 뜻하는 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무재(茂材)`란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 하나의 파(派) 를 세운 사람을 가리킨다. 한나라 때 인재 등용 시험과목 중 `수재`라고 했던 것을 후한에 이르러 광무재의 이름을 피해서 무재라고 했다 한다. <한서>의 `무재기`에 이런 내용의 글이 실 려 있다. 주와 군에 명하여 관리나 백성 중에 재능이 뛰어난 사람_茂材_을 장수와 재상으로 삼아 외따로 떨어진 나라에 사신으로 보낼 만한 사람이 있는가를 살피게 했다. `무(茂)`라는 말은 무성하게 난 것이므로 학식이 뛰어나거나 무예에 뛰어난 자를 함께 지칭하기도 한다. 무림(茂林)_ 숲이 우거짐 무성(茂盛)_ 나무가 잘 자람 무사(茂士)_ 재주가 뛰어난 선비 무적(茂迹)_ 뛰어난 공적 무행(茂行)_ 선행(善行) 한편, 남보다 뛰어나고 슬기로운 사람을 `준혜(俊慧)`라고 한 다. 조선 후기 문신 정래주(鄭來周)가 엮은 <동계만록(東溪漫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허종(許琮), 허침(許琛) 형제는 성종, 연산군에 걸쳐 벼슬을 했다. 그들에게는 백 살이 넘은 누님이 있었는데 슬기롭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여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해결책을 얻고 는 했다. 허종이 연산의 생모인 윤씨를 사사(賜死)하려는 날, 임금이 신하들을 불러 모을 때 허종, 허침 형제도 부름을 받았 다. 그러나 그들은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입궐하기 전에 누님을 먼저 찾아뵈었다. 누님이 물었다. "무슨 일로 입궐을 하느냐?" "글쎄, 아마도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그러자 누님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로부터 어미를 찾지 않는 자식이란 없는 법이다. 지금의 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자기의 친어머니를 죽인 사람들을 가만 내버려둘 것 같으냐? 반드시 큰 화가 미칠 것이니 입궐하지 마 라." 누님의 집을 나온 허씨 형제는 말을 타고 가다가 사직골(지금 의 사직동) 근처 다리 위에서 일부러 굴러 떨어졌다. 그들은 말 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쳤다는 핑계로 어전회의에 불 참했고 그로써 후일 있었던 연산군의 확살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때 그들이 떨어졌던 다리를 종침교(琮琛橋)라고 부 른다. 또, `현두각(見頭角)`이라는 말이 있다. 머리에 뿔이 나타났 다는 말이나, 속뜻은 재능이 출중하다는 뜻이다. 한유의 `유자 후 묘지명(柳子厚墓誌名)`에 나오는 말이다. 자후(子厚)는 유 종원(柳宗原)의 자(字)인데, 그는 한유와 더불어 중당(中唐)을 대표하는 문호이다. 한유와는 평소 친하게 지내서 자기의 묘지 명을 부탁할 정도였다. 819년, 좌천되는 도중에 유종원의 부음 을 접한 한유는 다음 해 봄 임지에 도착하자 친구의 유언대로 유자후의 묘지명을 썼다.
"‥‥‥자훈는 젊어서부터 그 재능이 정교하고 민첩해서 막히 는 부문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살아 있었을 때 그는 소년의 몸으로 이미 모든 것을 이루어 진사과에 급제를 함으로써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유 씨(柳氏)는 정말 뛰어난 아들을 두었다고 했다‥‥‥."
요즘에는 현두각이라는 말을 풀어서 `두각을 나타낸다`라는 말로 많이 쓰인다. 이럴 경우 `현(見)`은 `보다_시(視)_`라는 뜻 이 아니고 `나타나다_현(顯)_`는 뜻이므로, `견`이 아닌 `현`으 로 읽어야 한다.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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