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언 수언 식언 유언(藏焉 修焉 息焉 遊焉) 감추고 닦고 쉬고 논다. 오경(오경 ; 주역 시경 서경 춘추 예기)의 하나인 <예기>에 나 오는 말로 학문의 방법, 곧 학문이 깊어 가는 단계를 넷으로 나 누고 있다. `장(藏)`은 학문의 기본을 배우는 일, 다시 말해 기초 이론을 습득하는 것을 말한다. `수(修)`는 단지 지식을 암기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피가 되 고 살이 되게 소화하는 단계이다. `식(息)`의 단계에서는 앞의 두 단계를 지나면 학문을 하는 것이 숨을 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사로운 상태가 된다. 그래서 식(息)이라고 하는 것이다. `유(遊)`는 노는 단계를 말한다. 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학 문이 저절로 자신의 몸에 체질화되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즐기면서 논다는 뜻이다. 이 말 은 `논어`의 `아는 것이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것과 같은 경지다. 또 `관음경`에서는 `사바세계에 노는 것이다`라고 표현 한다. 그만큼 이 경지에 이르면 저절로 즐겁고 일이 풀린다는 것이다. <논어>에 보면, "이를 아는 자는 이를 좋아하는 이만 같지 못하고, 이를 좋아 하는 자는 이를 즐기는 이만 같지 못하다(→지지자불여지자 호 지자불여낙지자 ; 知之者不如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하였다. 여기서 `이것`은 도(道)를 가리키는 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을 꼭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독서나 스포츠, 그 밖 에 어떠한 취미 같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런 것들을 안 다, 좋아한다, 즐긴다의 세 단계로 나눠서 생각하면 된다. 그러 면 공자가 말하려는 뜻을 잘 알게 될 것이다. `안다`, `좋아한다`의 단계에서는 나와 그것이 따로 떨어져서 상대가 된다. 그러나 즐기게 되면 그것 속에 자기가 들어가 버 리게 되는 것이다. 나와 그것이 따로따로가 아니다. 온갖 일에 서 즐거운 경지에 이르면 괴로운 것도 근심도 걱정도 다 잊게 된다. 공자의 말년의 심경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