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시새(施賽)

eorks 2014. 6. 6. 00:02

고전(古典) 이야기 ~슬기로운 이는 순시(順時)에 이룬다~

시새(施賽)
시시덕(施時德)과 새침덕(賽沈德)은 두 사람 모두 서울 출신이나 그 집안의 계통은 자세하지 않다. 두 사람이 서로 친하여 대부분 같이 놀았던 바, 어떤 때는 음식을 같은 그릇_一器_에 나누는 일까지도 있었으나 그 성정만큼은 서로 어긋났다. 그 마을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었다.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면 시생(施生)의 입도 다물릴 거야."
그런가 하면 이런 말도 하였다.
"새생(賽生)이 웃는다면 돌부처도 웃을 걸."
이는 대저 시(施)의 됨됨이가 널찍하니 트여서 담아두는 바가 없는 반면, 터무니없는 말이라든가 호언장담을 좋아하고 괴상 야릇한 비유를 써가며 머리를 잘래잘래 흔들거나 눈동자를 굴리는 등 침착하지 못한 까닭이요, 그 때문에 비난도 받고 욕도 먹고 하지만 오히려 그만두지 못하였던 것이다.
새(賽)로 말할 것 같으면 온종일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은자리만 내려다볼 뿐이었고, 마지못해 말은 하지만 그것도 겨우 한두마디 통할뿐이었다. 또한 깊이 잠긴 목소리는 가느스름해서 거의 들을 수도 없는 것이, 옛날 사람 같으면 모두 새(賽)의 깔끔함에 편들겠고 시(施)의 태도를 꺼렸을 것이다.
그래도 시(施)를 대하는 사람은 대개 경계심을 풀 수 있지만, 오히려 새(賽) 앞에선 정도 이상으로 자신을 감추며,
"이 사람이야말로 무슨 일 낼 거야."
하였으니, 시군(施君)은 등성이를 쭉 따라 갈 것이고, 새군(賽君)은 골짜기에 빠져버릴 것이라고 논평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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