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임금이 신하 중에 권세욕에 가득 찬 간악한 대신과 매사에 공정하고 현명한 대신이 있었다. 현명한 대신을 미워하던 간악한 대신이 임금을 해치려 한다고 거짓 고자질을 했다. 포악한 임금은 즉시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현명한 대신을 죽이라고 엄명했다. 간악한 대신이 임금에게 꾀를 내었다. "단지 속에 `생(生)`자와 `사(死)`자를 쓴 쪽지를 두 개 넣은 다음 폐하 앞에서 재비뽑기를 하게 해 뽑은 결과대로 처리하면 어떨까요?" 임금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꼭 `사`자를 뽑게 해야 하오." 간악한 대신은 임금을 안심시키려고 간사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폐하! 그는 반드시 `사`자를 뽑게 될 것입니다." 간악한 대신은 하인에게 모두 `사`자를 써서 단지 속에 넣게 했다. 간악한 대신의 흉계를 알아차린 하인은 이 일을 즉시 현명한 대신에게 알려주었다. 현명한 대신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가 문득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냈다. 드디어 다음날이 되자 임금의 호령이 떨어졌다. "듣자 하니 그대가 나를 모해할 역모를 꾸미고 있다지? 그러하니 단지 속에 제비를 뽑되 `생`자를 뽑으면 한 범만 용서해 주고 `사`자를 뽑으면 즉시 극형에 처하겠노라!" 현명한 대신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다음 하나를 뽑아 얼른 입 속에 넣어 삼켜 버렸다. 그리고는 임금이 쪽지를 펴보지도 않고 삼켜 버린 것에 대해 화를 내자 이렇게 말했다. "단지 속의 나머지 하나를 보면 알 것이 아닙니까?" 임금은 단지 속의 것을 꺼내 `사`자임을 확인하고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