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종룡(從龍)

eorks 2014. 6. 17. 00:02
고전(古典) 이야기 ~슬기로운 이는 순시(順時)에 이룬다~

종룡(從龍)
서하(西河) 임원준(任元濬)의 자는 자심(子深)이다. 세종 때 사람으로서 총명함과 박식함이 남달랐으나 일찍이 어떤 일에 관련되어 경남 밀양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때 관찰사가 지방 순시를 하던 중 임원준의 문장을 시험했더니 묻는 대로 척척 대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기억력으로 무려 5백 명이나 되는 기생명부를 한번 흝어보기만 하고 순서 하나 바꾸지 않고 외는 것이었다. 탄복을 한 관찰사가 당장에 상서하기를,
"이런 천하의 인재는 별로 없으니 원컨대 죄가 있더라도 빨리 불러 쓰시기를 바랍니다."
하였다. 세종이 이 말을 듣고 임원준을 불러들여 `구름_운(雲)_`으로 시제를 삼아 시를 짓게 하니 임원준이 즉석에서 지어 올렸다.

삼춘(三春)이 돌아오자 뭉게뭉게 일어나.
만리(萬里)를 멋대로 오가는 이 구름.
바람도 우습게 여겨 천장(千丈)이나 꼿꼿이 서기도 하고,
햇살에 비추어 오색 꽃무늬 찬란도 하다.
상서로운 빛 옥전(玉前)에 어리었고,
상서러운 기운 금문(金門)을 옹호했다.
종용(終龍)할 날을 기다려 단비 되어 성군을 돕고져.

세종은 즉시 명하여 임원준을 집현전 찬서국에 참여케 했다. 종용이라는 말은 `구름은 용을 따른다`는 말로, 같은 기운이 서로 붙어 다닌다는 뜻이다. <역경>의 `문언전(文言傳)`에 나온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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