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분야(分野)

eorks 2014. 6. 23. 00:02
고전(古典) 이야기 ~슬기로운 이는 순시(順時)에 이룬다~

분야(分野)
전국시대에 천문가들이 각각의 나라들을 나누어 별자리에 배당한 것을 `분야`라고 한다. 전국시대에는 어느 나라의 분야에 별자리가 이상해지면 그 나라에 재앙이 닥친다고 믿었다. 분야라는 말이 요즘에도 자주 쓰이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김득신(金得臣)이 편찬한 <종남총지(終南叢誌)>에 보면 이런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선조 때 오산(五山) 차천로(車天輅)가 대리시험을 쳐주다가 발각되어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을 매우 아끼고 사랑했던 선조의 배려로 얼마 후 귀양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도대체 차천로의 문장이 얼마나 뛰어났던 것일까.
명나라 사신 주지번(朱之番)이 조선에 사신으로 왔다가 돌아가서 황제에 그 실정을 보고할 때 `조선의 차천로라는 사람의 문장은 신기하고 장쾌하여 당대 최고의 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라고 하고 있으니 그의 시명(詩名)을 중국에도 알아주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허균(許筠)이 중국 연경(燕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떤 천문가를 만났는데 `조선 분야(分野)의 별자리가 광채를 잃어 가니 이는 조선의 제일가는 문장가가 죽을 징조`라고 허균은 평소 조선 제일의 문장임을 자처하였던 터라 그 예언을 듣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힘없이 압록강을 건널 때 차천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몹시 자존심이 상했다 한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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