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성삼문의 시 한 수

eorks 2014. 8. 16. 00:08
고전(古典) 이야기 ~슬기로운 이는 순시(順時)에 이룬다~

성삼문의 시 한 수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인 성삼문(成三文)이 사신으로 북경에 갔을 때 일이다. 어떤 사람이 가리개를 내놓으면서 그림에 맞는 시를 지어달라고 하는데 정작 그림은 보여주지 않고 제목만 일러주는 것이었다. 자신을 시험한다고 생각한 성삼문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붓을 휘둘러 한 구절 읊었다.

흰 눈으로 옷을 해 입고 옥으로 발을 꾸민 해오라기
갈대 물가에서 고기 잡으려고 얼마동안 엿보았나.

거기까지 쓰고 잠시 쉬고 있으려니까 그 사람이 그제야 그림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림은 수목으로 그린 것이었다. 해오라기라고 해서 흰색인 줄만 알았는데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으니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 당황할 수밖에... 그러나, 성삼문은 역시 조선의 천재 시인이었다. 그 정도에 물러서고 말 그가 아니었다. 대뜸 먹을 찍어 나머지 두 구절을 채우는 것이었다.

우연히 산음땅을 지나다가
잘못해서 왕희지가 붓을 씻은 연못에 떨어졌구나.

놀려주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왕희지가 붓을 씻은 연못은 온통 먹빛으로 검게 물들었던 곳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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