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사흘 사또

eorks 2014. 12. 12. 00:03
고전(古典) 이야기 ~리더를 위한 고전읽기 책략편~

사흘 사또
어느 고을에 한양에 사는 대감의 아들이 신관 사또로 부임(赴任)해 왔다. 천방지축 철부지였으나 아비 덕에 영특한 아내를 얻고 고을의 원님으로 오게 되었다. 이튼날, 한 농부에게서 송사(訟事)가 올라왔다. 사연은 이러했다.
한 농부가 남의 소를 빌려 밭을 갈다가 소를 언덕에 매어놓고 점심을 먹고 오니 소가 벼랑에 떨어져 죽어 있었다. 그러자 소 주인이 당장 소를 사 내라고 했고, 농부는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니 차차 변상하겠다고 하면서 옥신각신하다가 신관 사또의 현명한 판결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전후사연을 듣고 난 신관 사또는,
"여봐라! 게 좀 기다리고 있어라!"
하고는 부스스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아내와 상의했다.
"아니, 그만한 일도 처리하지 못하십니까?"
아내가 핀잔을 주더니 처방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왕지사 죽었으니 소가죽은 벗겨서 나라에 바치고 고기와 뼈는 팔아 그 돈으로 자그마한 송아지 한 마리를 사서 키운 후에 큰 소를 대체하라고 하십시오."
부인의 가르침을 듣고 나와 그대로 행했더니 두 사람은 흔쾌히 돌아갔다.
그런데 그 이튼날 두 노인이 장기를 두다가 한 노인이 화가나서 장기판을 던졌는데 상대편 노인이 죽어서 또 송사가 올라왔다. 송사 사연을 듣고 또 부인에게 물으면 핀잔을 받을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하다 어제 일이 떠올랐다. 해서 `이왕지사 죽었으니... 아비를 대체하도록 하라` 했더니 모든 고을 사람이 분개해서 신관 사또를 내쫓았다. 그래서 사흘밖에 사또 노릇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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