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이었다.
그 날도 둘은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산굽
이를 마악 돌았을 때였다. 커다란 느티나무에 무엇인가 허연 것
이 늘어져 흔들리고 있었는데 마치 귀신이 붙어서서 흐느적거리
는 것 같았다.
"어머나!"
천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영봉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어?"
오싹하고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놀라기는 영봉도 마찬가
지였다. 그 순간 그는 자기는 죽더라도 천수를 지켜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천수의 몸을 꽉 얼싸안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누가 무슨 액막이를 한 것인지 길
다란 무명폭을 걸어 놓은 것이었다. 서낭나무가 하나 새로 생긴
것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말하려던 영봉은 다음 순간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천
수의 가슴이 주는 부드러운 탄력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천수의 가슴이 이상할 정도로 풍만하다는 것을 그 때 비로소 알
았다. 때문에,
`어째서 옷을 풍성하게 입는가 했더니, 젖가슴이 여자처럼 이렇
게 불룩해서 그랬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간에 여자의 앞가슴 갚은 감촉은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영봉은 그렇지 않아도 천수의 그 작은 몸을
한 번 안아 보고 싶었기에 놓아 주지 않고,
"아, 좋아! 좋아!"
하고 중얼거리며 더욱 힘을 주어서 끌어안았다. 천수의 숨이 갑
자기 가빠지기 시작했다. 영봉은 그의 뺨과 목에 화끈거리는 자
기의 입술을 갖다 댔다.
다음 날 밤에도 영봉은 그 지점에 이르자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중얼거렸다.
"아아, 네가 여자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
천수는 숨만 가쁘게 몰아서 쉴 뿐, 거부하지 않으며 그에게 안
겨 왔다. 영봉은 그 날 밤엔 무척이나 대담해져 천수의 입술에까
지 자기의 입술을 갖다 댔다. 천수의 입술은 마치 빨갛게 타오르
는 숯덩이 같았다. 바로 눈 아래에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새까만
눈동자가 있었다. 영봉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천수의 몸을 밀어
길가의 풀밭 위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여자처럼 봉긋이 솟은 그
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천수의 숨은 점점 더 가빠지고 있었고
손을 돌려 영봉의 어깨를 안았다.
"네가 좋다. 너도 내가 좋느냐?"
"네, 형……"
그 다음 날 밤에도 두 사람은 그 지점에 이르자 서로 끌러안고
쓰러지며 뒹굴었다.
천수도 전날보다 대담해지고 있었다. 치솟는 흥분을 억제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영봉이 젖가슴을 주무르는 바람에 온몸이
숨이 멎을 정도로 달아오르며 더듬거렸다.
"형…… 사…… 사실은 나……"
"응?"
"나…… 나는 여자예요."
"뭐?"
그 순간 영봉은 산등성이와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하늘의 별들
이 쏟아지는 것같은 야릇한 기쁨을 으꼈다.
그 말에 대한 사연은 물어 볼 여유가 없었다. 영봉은 그의 가
슴에다 와락 얼굴을 파묻으며 입으로 쌓이고 쌓여 있었던 사랑을
마음껏 주었다. 탄력있게 솟아 있는 여자의 젖가슴은 영봉의 정
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영봉의 손 하나가 천수의 바지춤 속으
로 주저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의 손은 잠시 후 활활 타는 불꽃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물론 부드러운 수초
(水草) 속의 불꽃이기는 했지만……
"아아…… 천수야……"
"옥녀(玉女)에요. 제 이름은……"
"아, 그래 옥녀야……"
두 사람의 몸은 이윽고 한몸이 되어 녹아 들기 시작했다. 옥녀
의 입에서
"아아…… 아…… 으음……"
하는 고통을 씹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기뻐하는
마음으로 참아 내고 있었다. 자기를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수 있
다고 말한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고통을 받음으로써 그에
게 환희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그녀는 너무나도 기뻤다.
옥녀는 무슨 까닭에서였는지 네 살이 되었을 때부터 목소리가
점점 굵어지더니 결국에는 사내애들의 목소리처럼 변해 버렸다고
했다. 동네 아이들이 하도 놀려 대는 바람에 이사를 여러 번 했
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그녀가 열 살이 되었을 때 부
모가,
"아예 남장을 시켜 사내애로 키우면 어떨까?"
하고 말하게 되어 다시 이사를 가면서 남자 옷을 입고 자라게 되
었다. 그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사내아이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얼굴은 영락없는 계집애였고 저절로 우러나오는 몸짓은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없는 것이어서 이번에는 계집애라고 놀림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옷을 풍성하게 만들어 입히고는
매봉산 기슭으로 이사를 왔었던 것이었다.
그 후 두 집 사이에 은밀하게 혼담이 오고 갔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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