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충숙왕 때 황해도 평산(平山)에 신현과 신집이라는 두 형
제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형인 신현은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 새가
저희끼리 무슨 말을 하고 있나 하는 것까지 알아 내는 재주를 가
지고 있었다.
이 형제들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이다. 두 형제는 그 때 공부를
하기 위해 절간에 들어가 있었다.
어느 날, 형인 신현이 마당에 앉아 있으려니까 고목나무 위에
서 까마귀가 `까악 까악` 하고 시끄럽게 울어 대는 것이었다.
신현이 아우에게 말했다.
"저 소리는, `수풀 속에 먹을 것이 있으니, 까마귀들아. 어서 모
여라.` 하는 소리다."
"설마."
아우는 형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믿어지지 않거든 나를 따라와 봐. 가서 눈으로 보면 알 테니
까."
두 소년은 고목 아래로 달려갔는데 앞서서 달리던 아우 신집이
갑자기,
"에구머니!"
하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뭘 가지고 그러니?"
신현이 뒤쫓아와 아우의 어깨 너머로 그것을 보더니 그도 또한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거기에 자기네들 또래의 소년이 죽어 있었
던 것이다.
"까마귀가 운 것은 이 때문이었다."
신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시체를 살펴보니 시체는 온몸이 찢겨
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옷도 찢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에
게 살해당한 것이 분명했다.
두 소년은 마을로 달려 내려오다가 도중에 눈이 빨갛게 충혈된
거의 실성해 있는 어느 부인을 만났다. 형제는 처음으로 만난 어
른이었기에 우선 산속에 어떤 아이의 시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인은,
"뭐! 어디?"
하고는 형제가 알려 준 곳으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부인은 시체 위에 쓰러져 울부짖었다.
"아이고 얘야! 네가 이게 어찌 된 일이야? 누가 너를 이 지경
으로 만들었단 말이냐!"
그녀는 이윽고 두 눈을 부릅뜨며 내뱉었다.
"옳지. 아까 그 두 녀석이 우리 애를 이렇게 죽였구나. 네 이놈
들!"
부인이 곧 줄달음쳐서 산으로 내려왔더니 두 소년이 앞에서 걸
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디로 도망을 가느냐, 이놈들아!"
부인은 두 소년의 덜미를 꽉 잡으며 소리쳤다.
그리하여 두 어린 형제는 살인 협의로 관가에 끌려가게 되었
다. 부인은 울먹이며 사또에게 호소했다.
"어제 우리집 아이가 없어져서 이곳 저곳을 두루 찾아보아도
없기에 오늘은 혹시나 하고 뒷산에 올라가 찾아보려고 산을 오르
는데 저 두 아이가 숨가쁘게 뛰어오더니, 숲속에 시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 보았더니 처참하게 죽어 있지 않겠습니
까? 이건 분명히 저 두 녀석이 제 아이를 죽이고 오다가 저를 만
난 게 틀림없습니다. 어떤 원한이 있어서 제 아이를 죽였는지 밝
혀 주시면 죽은 제 자식도 저승으로 편히 갈 것이라고 생각됩니
다."
관가에서는 도둑 잡는 일을 맡은 관원이 나서서 죽은 소년이
있던 곳을 조사했다. 하지만 그가 살펴보니 어린 아이들이 저지
른 짓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수법이 너무나 잔인했다.
또 협의를 받고 있는 두 소년을 보니 양반집 자제임을 금방 알
겠고, 얼굴 생김새와 성품이 유순하게 느껴져 함부로 남을 해칠
아이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체를 맨 먼져 발견한 사람이 두 소년이고, 고발이 들
어왔으므로 일단 문초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너희들은 무슨 까닭으로 길에서 가깝지도 않은 숲까지 들어갔
느냐? 그것부터 사실대로 말해라."
신현이 말했다.
"까마귀 우는 소리가 심상치 않게 느껴져서 의심을 품고, 까마
귀가 우는 고목 아래로 가 보았던 것 뿐이옵니다."
"까마귀 우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니, 어떻게 심상치 않았단
말이냐?"
"먹을 것이 있으니, 까마귀들아, 모여라.` 하는 소리였습니다."
"허어, 그럼 네가 까마귀의 소리를 알아듣는단 말이냐?"
"예, 저는 어려서부터 동물들의 소리를 연구해 았는데 요즘에
야 까마귀가 우는 소리의 뜻을 알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런데 제 동생이 믿지 않아, 어디 한 번 가 보자 하여 그 곳에
갔었던 것입니다.
관원은 그 어린 소년이 동물의 말을 안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
겼다.
관원은 두 소년을 남겨 둔 체 동헌으로 가서 처마에 있는 제
비집 속에서 제비 새끼 두 마리를 몰래 끄집어 내어 자기 옷소매
에 감추고는 형제를 동헌으로 불렀다.
새끼를 도둑맞은 어미 제비는 목이 찢어져라 울어 댔다.
"네가 짐승의 소리를 알아듣는다고 했겠다? 그러면 저 제비는
지금 무어라고 우는지 말해 보아라."
신현이 가만히 제비가 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저 제비는 새끼를 잃었습니다. `먹을 것도 없고 힘없는 새끼를
뭣하려 훔쳐 갔소?` 하고 울고 있습니다."
관원은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소년이 처음부터
사람을 죽인 협의가 없는 줄은 알았지만, 동물의 말을 이해한다
는 것이 사실임이 증명되었으니 얼마나 속이 후련했을 것인가.
그래서 감탄한 나머지 무릎을 친 것이었으며 신현 형제는 그 자
리에서 풀려나 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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