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野史

은혜를 갚은 거지

eorks 2015. 4. 30. 07:08
韓國野史 이야기(夜談)

은혜를 갚은 거지
    옛날, 아주 멀고 먼 옛날에 평안도 맹산이라 하는 곳에 갈 맹 부라고 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갈맹부는 아주 돈이 많은 부자였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어 부 모님이 남겨 준 재산이라고는 헌 양말짝 하나 없었는데 어려서부 터 부지런하고 성실해 돈을 모은 것이다. 갈맹부는 맹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섬을 사서 그 곳 을 개간하여 논밭을 만들고 가난하고 집이 없는 이들에게 집을 지어 주고, 또 논밭이 없는 이들에게 논밭을 주어 걱정 없이 살 게 해 주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 누구나 그를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갈맹부의 부인 김곱분은 마음이 곱지 못했다. 얼굴이 고와 곱분이라고 한다는데 마음은 아주 미웠다. 남편이 누구에게 콩 한 되를 주면 가서 콩 한 말을 빼앗아 오 고, 밭뙈기 하나 주면 온종일 돌을 주워다 부어 기어이 못쓰게 만드는 등 놀부 부인의 사촌쯤 되는 심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갈맹부는 남들에게 좋은 일 하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베풀었다. 왼손이 하는 것을 바른손이 모를 정도로…… 갈맹부가 환갑이 되던 해 가을, 환갑 때 쓰려고 갈씨 부인은 술을 잘 빚어 집 뒤 갈밭 속에다 묻는 등 잔치 준비에 바빴다. 떡쌀을 치는 사람, 전을 부치는 사람, 그릇을 씻는 사람들로 갈 씨의 집은 장이 선 것보다 더 붐비고 떠들썩했다. 평소 갈씨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모두 몰려와 일을 거들어 갈씨 집 경사라기보다는 동네 경사였다. 소를 세 마리, 돼지를 열 두 마리나 잡았다니 얼마나 크게 차 린 잔치인가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릇 깨지 말고 잘 다뤄라. 어유, 편육이 너무 커. 콩고물은 조금만 묻히지 않고, 음식을 맛보는데 왜 그렇게 많이 먹어?" 갈 맹부의 부인은 안팎으로 거드름을 피우고 다니며 잔소리를 마구 퍼부었다. `에이, 누가 제깟 것 보구 와서 일하나.` 일하는 사람들은 속으로 코방귀를 뀌었지만, 갈씨를 위해 열심 히 일을 했다. "아이구머니나! 이걸 어째. 아유, 이걸 아까워서 어쩌지……" 집 뒤쪽으로 갔던 갈씨 부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탄을 했 다. "마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요?" "아이, 넌 알 것 없다. 냉큼 가서 어르신네를 모셔 와라." 갈씨 부인은 일꾼이 묻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않고 무조건 갈 씨를 모셔 오라고 일렀다. "아니, 왜 그러오?" 갈씨는 급히 달려와서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은 갈씨의 옷자락 을 잡아끌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여보 큰일났어요. 어떡하면 좋죠?"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얘기해 보구려." "아, 글쎄 술독에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빠져 죽었지 뭡니 까. 그러니 그 아까운 술을 버리지도 못 하고 어떡하면 좋을까 요." "어떡하긴 어떻게 해, 내다 버려야지. 그걸 먹고 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게 돈이 얼마나 든 건데 버린단 말예요." 안방에서는 구렁이가 빠진 술을 버려야 된다느니 아까워 버리 지 못한다느니 하며 입씨름을 한참 벌였다. 이윽고 잔칫날이 다가왔다. "떵그덩 떵, 떵그덩 떵……" 장구 치는 소리에 맞추어 기생과 손님들은 어울려 춤을 추고, 방과 마루는 물론 마당에도 멍석을 깔아 놓고 손님을 맞았다.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맨 아주머니들은 음식 나르기에 바빴 다. 갈맹부는 안방 제일 큰상 가운데 앉아 축하의 술을 받아 마셨 다. 그리고 별체 구석진 방에는 여러 곳에서 모인 거지들이 상다 리가 휠 정도로 차린 음식을 먹어가며 즐겁게 놀았다. 이 자리는 말할 것도 없이 갈 맹부가 부인 몰래 차려 준 것이 였다. 술잔이 서로 오고 가기를 거듭하자 모두들 흥이 돋아 여기저기 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집 안을 흔들었다. 갈씨는 갈씨대로 갈씨 부인은 부인대로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았다. 같은 축하지만 갈씨와 갈씨 부인이 받는 축하는 엄청나게 다른 것이었다. 갈씨에게 축하하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이고 갈씨 부인에게 축하하는 사람들은 마지못해 하는 축하니까 다를 수밨 에 없었다. 갈씨는 그 북새통 속에서도 한 자리에 오래 있지 않고 이곳저 곳을 다니면서 손님들이 음식을 잘 먹나 살폈다. 뒤꼍으로 나온 갈씨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얼른 쪽문을 열 고 뒤채로 갔다. 뒤채 제일 구석진 방에서 거지 일가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맛있게 먹다가 갈씨를 보고 반색을 하였다. 거지 부부와 그 아들 딸, 이렇게 네 식구였는데 그들의 몰골이 란 이루 다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또 아들 딸 네 식구 모두 얼굴, 손발 할 것 없이 모두 진물러 고름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주인 나리,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요." 아버지 거지가 갈씨에게 넙죽 엎드려 말했다. 한편 갈씨 뒤를 살금살금 따라와 엿듣던 갈씨 부인은 입을 씰 룩이다가 비쭉 웃으면서 안채로 들어갔다. 갈씨는 그것도 모르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람을 불러 실 컷 먹으라고 하고 안채로 갔다. 갈씨 부인은 조금 있다가 심부름하는 여자 아이에게 음식 한 상에 커다란 술주전자 하나를 들려 가지고 살짝 뒤채로 보냈다. "이것 저쪽 방 거지들에게 갖다 주고, 주인 나리께서 보내시는 거라고 해라. 그리고 이 술은 특별한 술이니 어른들은 물론 두 아이들도 모두 들라고 일러라." 그렇게 시키고는 밖에서 동정을 살폈다. 그렇지 않아도 기름진 음식을 먹어 속이 느끼하고 목이 컬컬하 던 참에 주인 나리께서 특별히 술상을 내리셨다기에 그들은 그 술을 나누어 마셨다. 술 향기가 그윽한 게 참으로 좋았다. 술주전자를 덜레덜레 들고 나오는 여자 아이들 보고는 갈씨 부 인은 싱글벙글했다. 그 술은 뱀이 빠져 죽은 바로 그 술이었다. 거지 일가는 실컷 먹고 마시고 또 갈씨가 챙겨 준 음식 한 보 따리를 들고 뒷문으로 살며시 빠져나왔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 어서 그런지 술을 많이 마셔 그런지 자꾸 졸음이 왔다. 그래서 마을 뒷산으로 가서 잠을 잤다. 얼마간 자다가 아버지 거지는 목이 말라 눈을 떴다. 해는 중천 에 떠올랐다. 그러니까 꼭 하루를 잔 것이었다. 아버지 거지는 무신코 잠들어 있는 식구들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게 웬일인가? 진득진득 진물이 나던 자리가 깨끗하게 나아 있었다. 자신의 손을 보니 그것도 깨끗하고 얼굴을 만져 보니 얼 굴도 께끗하였다. 아버지 거지는 식구들을 깨웠다. 잠에서 깬 그들은 좋아라 하 면서 깡충깡충 뛰었다. 무엇보다도 정든 집에서 오순도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꿈같이 즐거웠다. 원래 이들은 남부럽지 않게 살았는데 몹쓸 병에 걸려 동네가 부끄러워 집을 두고 나와 혹시 이 병을 고칠 수 있을까 하고 떠 돌아다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물에 얼굴을 말끔히 씻고는 갈씨 집 쪽에다 대고 고맙 다고 세 번 큰절을 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아,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잔치가 끝나자 갈씨 부인이 시름시름 앓더니 요즈음 말하는 문둥병처럼 여기저기가 곪고 헐 고 진물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유명하다는 의사는 모두 불렀으나 부인의 병은 좀처럼 낫지 않았다. "그렇게 못된 짓을 했으니 하느님이 벌을 내리신 거야. 고소하 다 고소해." 마을 사람들은 부인을 동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고소해하였다. 갈씨가 아내의 병을 고쳐 주는 사람에게는 많은 돈을 준다는 방까지 붙였으나 누구 한 사람 고치는 이가 없었다. 이 소문은 고을을 지나 아주 먼 곳에까지 퍼졌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옛날의 거지 아버지는 갈씨 부인의 병을 고쳐 주리라는 마음을 먹고 길을 떠났다. 갈씨 집 앞에 당도하니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지고 있었다. "계십니까? 주인장 계십니까?" 한참 만에 신발 끄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이 집 마님 병환을 고치러 왔는데 주인 나리 계시냐?" 조금 뒤에 갈씨가 나와서 어서 들어오시라고 공손히 맞았다. "주인 나리, 제가 은혜를 갚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그가 갈씨에게 예를 갖추자 갈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 사람은 지난 얘기를 주욱 했다. 그제야 갈씨는 반갑다며 손 을 잡고 흔들었다. 갈씨 부인은 예전에 거지였던 사람이 앓던 병과 꼭 같았다. 거지였던 사람은 시침을 뚝 때고 잔치 때 뒤채 구석진 자리에 병든 거지 네 사람이 있을 때 어떤 술을 갖다 주었느냐고 물었 다. 물론 심부름하던 여자아이에게 모든 걸 알아낸 후였다. 갈씨 부인은 한숨을 땅이 꺼져라 크게 쉬고 잘못을 뉘우치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거지였던 사람은 그 말을 다 듣고 바 로 그 술을 먹고 식구들 모두가 병이 나아 잘 살고 있다고 말했 다. 마침 그 술이 아직도 남아 있어 갈씨 부인은 뱀이 빠진 술을 먹고 거지 일가처럼 한숨 푹 자고는 몸이 깨끗이 나았다. 이렇게 하여 갈씨 부인은 나쁜 마음을 뜯어 고치고, 이후로는 어진 갈씨를 도와 이웃에게 친절히 대하며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 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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