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의 아버지는 얼마 후에 영봉이와 함께 글방으로 왔는데 이
상하게도 크게 놀란 얼굴이 아니었다.
그는 독기가 잔뜩 올라 있는 반지의 어머니를 그윽한 눈빛으로
한동안 바라보더니 접장에게 말했다.
"선생님,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요?"
접장은 그를 안내하여 자기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잠시 후에 나
온 그의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그는 이윽고 반지 어머니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의 딸년 말이야, 천하에 앙큼한 계집이로군."
"뭐, 뭐라고? 이젠 늙은 접장까지 짝짜꿍이 되는구나, 저놈의
애비가 논마지기라도 떼어 주겠다고 말한 모양이지. 이거야 원…
…"
반지 어머니가 삿대질까지 해 대며 말하자 접장이 잔뜩 메마른
목소리로 대꾸했다.
"고자가 계집을 겁간할 수도 있는 건가? 이 사람아, 천수는 태
어날 때부터 남자의 기물이 없었어.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직
접 만져 보라구."
"뭐, 뭐라구요?"
그녀의 얼굴은 단번에 찬 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표정으로 바
뀌어졌다.
"어서 만져 보라니까."
그녀는 이윽고 번개처럼 천수에게 달려들더니 옷 위를 더듬으
며 그의 몸을 만져 보았다. 천수의 가랑이를 몇 번이나 흝어 보
던 그녀는 결국 힘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천수는 눈물을 흘리던 얼굴에 부끄러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이윽고 접장이 서슬이 퍼래져서 내뱉었다.
"그 앙큼한 년을 이 동네에 더 이상 놔 둘 수가 없다."
그는 즉시 동네의 어른들을 모아 놓고는 반지를 끌고 오도록
했다. 너무나 완전한 증거가 있었기에 그녀는 아무런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둘러앉은 동네 어른들 앞에서 자기가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두 모녀는 당장 그 마을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다음 날 밤,
공부를 끝내고 서당에서 나온 영봉과 천수는 다른 날처럼 아랫
마을을 향해 나란히 걸어갔다. 천수가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영봉이 다독거려 주듯이 말했다.
"에이, 동생이 그런 억울한 몸으로 태어난 줄은 조금도 몰랐어.
차라리 조금만 더 이상하게 되어 여자로 태어났다면 내가 목숨을
걸고라도 청혼을 했을 텐데……"
그러자 천수는 더욱 부끄러워하며 몸을 움츠렸다.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내 말을 들어 주었을까?"
"아이, 형님두 참……"
천수는 또 한 번 몸을 틀면서 부끄러워했는데 그러는 모습이
마치 여자 같았다.
"그보다 형님,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어서 가기나 하자."
그 때부터 두 사람의 사이는 갑자기 가까워졌고, 서로를 바라
보는 눈에는 보통 이상의 정이 가득히 담겨 있게 되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을 잡고 산굽이를 돌아 아랫마을로 돌아오
게 되었다.
그리고 영봉은 이따금, 똑같은 말을 하고는 했다.
"그거 참, 살결이 부드럽기도 하지. 어쩌면 여자의 손처럼 이렇
게도 고우냐?"
같은 남자끼리면서도 이상한 감흥을 느끼며 천수의 손을 어루
만지고는 했는데 그 때마다 손을 내맡긴 천수는 이상하게도 숨이
가빠지고는 했다.
때문에 영봉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또한
천수에 대한 정은 더욱 깊어만 갔다.
`정말 희한한 녀석이야. 목소리는 굵은데 어딘지 모르게 여자처
럼 갸날퍼 보여.`
정이 들면 남자끼리도 연정이 싹틀 수 있는 것인지 연봉은 언
젠가부터 밤이 되어 누웠을 때도 천수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게
되었다. 자기가 꼬옥 쥐면 단번에 뜨겁게 달아오르는 작은 손의
온기가 생각났고 무슨 말을 할 때면 가쁜 듯이 몰아서 쉬는 천수
의 숨결 소리가 귀에 들려 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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