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반지는 조반도 먹지 않고 누운 채 울기만 했다. 두 눈가가 퉁
퉁 부을 정도로.
"왜 그러느냐? 아침부터 재수없게……"
어머니가 퉁명스럽게 묻자 그제서야 그녀는 앙심을 품은 얼굴
로 대답했다.
"나 당했어요. 변을 당했어요."
"당해? 무슨 변을?"
"어젯밤에 아랫마을 어귀에서 서당에 다니는 총각에게……"
"뭐가 어째? 거기서 당했다면…… 두 놈이 함께 다니는 걸 보
았는데 도대체 어떤 놈이냐? 새로 온 작은 놈은 얼굴이 고운 게
그런 짓을 할 놈으로 보이지 않던데……"
"바로 그 작은 놈에게……"
"그래? 아니, 세상에 그런 쳐죽일 놈이 있나. 얼굴은 곱게 생긴
녀석이 마음은 야차보다 더한 놈이었구나. 오냐, 이놈 어디 뜨
거운 맛을 좀 봐라."
그녀는 서당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갔다.
서당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다짜고짜 천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행패요?"
접장이 놀라며 나무라자 그녀는 대답 대신 천수의 뺨을 후려치
며 소리쳤다.
"이 나쁜 놈! 천금보다 귀한 남의 딸을 겁탈해서 신세를 망
쳐?"
"아주머니, 아녜요. 그렇지 않아요."
천수가 파랗게 질리며 억울하다고 변명했지만 그녀는 아수라처
럼 날뛰며 계속해서 뺨을 때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날불한당 같은 놈아!"
"허어, 그만 하시라니까."
접장은 가까스로 그녀를 달래 천수의 몸에서 때어내 놓고는 그
처럼 난리를 치는 연유에 대해서 들었다.
이윽고 학동들 쪽으로 얼굴을 돌린 그는 백발이 성성한 얼굴에
노기를 가득 담은 채 내뱉듯이 말했다.
"오늘 공부는 이만 끝내겠다. 모두 돌아가고 영봉이 너는 저놈
의 아버지를 좀 모시고 오너라."
"예."
"천수, 너는 거기 꿇어앉아 있어."
"선생님, 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천수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했지만 접장은
들어 주지 않았다.
영봉은 천수가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자
얘기만 나와도 부끄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천수는 하늘이
두 쪽이 나는 한이 있어도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
었다.
그는 접장을 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천수는 그런 애가 아닙니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사람을 잘못 본 것일 겁니다. 제 목이 달아나는 한ㅁ이 있어
도 천수는 그런 애가 아니라고 장담하겠습니다."
그 말이 천수에게 커다란 감동을 심어 준 모양이었다. 고마워
하는 빛이 눈물에 젖은 그의 눈동자 속에 떠올랐다.
동시에 반지 어머니가 다시 짖어 대는 것처럼 악을 썼다.
"흥! 멋대로 잘도 씨부렁거리는군. 너 지금 목이 달아나는 한이
있어도 장담한다고 말했겠다?"
"그렇소."
영봉이 그녀를 노려보며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수가 다시 변명해 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반지
어머니가 악을 쓰면서 그의 말을 계속해서 막았기 때문이었다.
"어서 가서 천수 아버지나 모시고 오너라."
"네."
영봉은 접장의 재촉에 못 이겨 할수 없이 글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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