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많이 지나갔다. 두 형제는 고려에서 손꼽는 역학자(易
學者:점을 연구하는 학자) 우탁 선생의 제자가 되어, 역학 뿐 아
니라 이학(理學;물리 생물 천문 등의 자연 과학을 연구하는 학문)
을 배워서 이치에 통달한 젊은 학자들이 되었다. 아우 신집은 역
학에 있어서는 형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의술에 정통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집은 중국 원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신현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시 한 수를 아우에게 읊어 주면서
일러주었다.
"남의 땅에 가서 혹시 액운을 당할지 모르니 그 때는 이 시를
읊어라."
한문으로 된 그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눈송이가 읊조리는 입술을 후려치니
시는 얼고자 하고
매화꽃이 노래하는 부채에 나부끼매
곡조에선 향기가 난다.
이 시는 어느 겨울날에 눈이 오고 바람이 차고 매화가 향기를
피운다는 내용이다. 이 시가 어떻게 액을 면하게 해 준다는 것인
지는 몰랐지만, 신집은 형이 말한 대로 이 시를 외웠다.
그리고 원나라에 들어가 객사에 묵게 되었다. 이튼날 뜰에 나
가 보니 찬바람과 함께 눈이 흩날리고 있었으며, 겨울매화도 피
어 있어 형이 지어 준 시의 내용과 정경이 비슷했다.
신집은 그 시를 읊으면서 객사 마당을 거닐었다. 그 때 한 노
인이 객사 마당으로 들어섰는데, 그 모습이 보통 노인 같아 보이
지 않았다.
노인은 신집에게 예를 취하더니,
"내가 지금 노형이 읊는 시를 들으니, 그것은 신(神)이 지은 시
라고 생각됩니다. 그 시를 나한테 팔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팔다니요? 그 시를 적어 드릴테니 마음대로 쓰십시오 시를
판다는 것은 처음으로 듣는 말씀입니다."
"아닙니다. 그 시는 신이 붙은 시이기 때문에 그냥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값을 치뤄야 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상한 말을 한 그 노인은, 잠시 후 삽살개 한 마리를
안고 왔다. 개의 눈에서는 불이 반짝이는 것처럼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노인은 그 강아지를 글값이니 받으라고 하면서
말했다.
"이 강아지가 비록 몸이 작아 제 구실을 못할 것 같아 보이지
만, 내가 노형의 관상을 보니 얼마 후에 억울하게 누명을 써 화
를 입을 운명이오. 하지만 이 강아지를 항상 데리고 있으면 반드
시 화를 면하게 될 것입니다."
신집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고스럽겠지만 나를 위해 좀 자세히 일러 주시지 않겠습니
까? 그 억울하게 입게 될 화가 무엇인지……"
"나도 조상이 고려 사람이라 그대를 도와 주고 싶어서 그런 것
이니 강아지를 항상 옷소매 속에 감추고 다니면 화를 당하지 않
을 것이오."
노인은 대답 대신 그렇게만 말하고는 객사를 떠났다.
신집은 그 노인이 예사 노인으로 보이지 않았는데다가 형이 액
막이 시까지 지어 준 데는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디를 가든지 그 강아지를 도포 소매에 넣고 다니기로 했다.
며칠 뒤의 일이다.
원나라 궁궐에 걱정스런 일이 생겼는데, 황제의 딸인 공주가
나이 마흔이 다 되었는데 원인 모를 병에 걸린 것이었다. 뚜렷하
게 아픈 데는 없지만, 얼굴빛이 좋지 않고 계속해서 기침을 했기
에 기운이 없었다. 황제가 이름난 여러 의원을 불러 써 보았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병세는 더욱 나빠졌고 마침내 공주는 정신까지 이상해져서 누
구든지 가까이 오면 소리지르고 욕을 해댔으며, 혼자 틀어박혀
있으려고 했다. 그렇게 누워 있다가도 갑자기 일어나 깔깔 웃어
대거나 울기도 했는데, 이따금 `캥!` 하고 지르는 소리는 열락없는
여우의 울음소리였다. 황제는 약으로는 안 되자 무당을 불러 굿
을 하고 난리를 피웠지만 아무도 그 병을 고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가,
"사람의 간! 사람의 간을!"
하고 외쳤다. 산 사람의 간을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황실에서는 사람의 간이 과연 효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하도
보체므로 한 번 먹여나 보기로 했다.
그러나 대체 어디서 산 사람의 간을 구할 수 있단 말안가? 궁
중에서는 날마다 밤을 새며 의논을 하였으나 도무지 방법이 떠오
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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