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부터 일찍 나와 냇가
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고기 하나
잡히지 않아, 서서히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고기가 영 잡히질 않는군."
그는 다시 한 번 낚시줄을 던지며 수면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도 잡히는 것이 없으면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찌가 움
직이는 듯하여,
"옳지!"
하며 낚싯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역시 고기는 잡히지 않았는데, 그 대신 작은 돌이 걸려
있었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다섯 개나 되었다. 그 돌은 오색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신기한 돌을 본 적이 없었
기에 유선은 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그래서 낚시질을 계속한
것도 잊고 돌을 처다보았다.
"이건 보통 돌이 아닐거야. 오색으로 빛나는 걸 보니 매우 귀
한 구슬인지도 모르지? 아무튼 오늘은 뜻하지 않게 신기한 것을
얻었구나!"
하면서, 다섯 개의 돌을 품속에 간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왜 그
런지 이유는 몰라도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아져 있었다.
그 날 밤, 그는 대청으로 나와 앉아서 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넓은 뜰에는 달빛이 환히 쏟아지고 있었다. 담을 사이에 두고 풀
벌레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문득 품에 있는 다섯 개의 돌을 만져보면서
"이게 어떤 보물일까?"
하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키가 크고 이상하게 생긴 한 사나이가 어디선
가 훌적 나타나서는 유선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것이었다.
그런 사나이는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이어서 다른 사나이들
이 여기저기서 자꾸만 나타나 꿇어 엎드렸다. 유선은 속으로는
은근히 겁이 났지만, 태연한 척하며 물어 보았다.
"누구요? 내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이렇게들 왔습니까?"
"우리는 귀신들이오."
그 중의 하나가 대답했다.
순간 유선은 정신이아찔해젔다. 이렇게 많은 귀신들이 우르르
몰려온 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모두 엎드려
절을 하는 것 또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로 왔소?"
"제발 저희들을 살려 주십시오."
"예?"
"살려 주십시오."
귀신들이 계속 절을 하며 애걸하니 유선으로서는 더욱 모를 노
릇이었다.
"날더러 살려 달라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소."
"귀왕부를 돌려주십시오."
"귀왕부라?"
"예, 저희들의 실수로 그것을 잃었던 것입니다. 오늘 낚시질을
하다가 얻으신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흠."
그 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자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귀신들
은 계속해서 입을 모아 간청했다.
"제발 돌려주십시오."
"……"
"돌려주시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
"명령만 내리십시오."
유선은 그렇게 간절히 부탁하는 것을 보자 돌려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러면 오천에다 큰 제방을 만들어 줄 수 있나?"
"예, 그건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쌓아야 하네."
"잘 알겠습니다."
하고 귀신들은 절을 하더니 모두들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유선은 너무나 놀랍고 신기했기에 그 날 밤 잠을 자지 못했다.
이튼날 이른 아침에 오천으로 나간 유선은 눈이 휘둥그에지도
록 깜짝 놀랐다. 어제까지도 없었던 큰 제방이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큰 돌들로 견고하게 만든 것이었다.
"허어,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군! 이렇게 큰 것이 어찌 하룻밤
사이에 쌓아졌을까?"
유선이 너무 놀라 입이 쩌억 벌리고 있는데, 수많은 귀신들이
앞에 나타났다.
"어떻습니까?"
"놀랍소."
"마음에 드셨습니까?"
"음, 아주 훌륭해. 결국 이것을 돌려주는 도리 밖에는 없게 됐
군."
유선은 품 속에서 그 다섯 개의 돌을 꺼내 주었다. 그랬더니
귀신들은 여러 번 절을 하고는 사라지려고 했다.
"잠깐!"
유선은 급히 손을 저으며 일어섰다.
"이렇게 큰 일을 해 주었는데, 이대로 그냥 있을 수야 있나. 그
대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음식을 좀 마련할 것이니 들고 가
도록 하시오."
"우리는 인간들같이 많은 음식을 먹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모
처럼 주신다니 누런콩을 한 되쯤 삶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리다."
누런콩 한 되쯤이라면 매우 간단한 청이었다. 유선은 급히 누
런콩 한 되를 삶아서 귀신들에게 내어 주었다.
"자아, 나누어 먹세."
귀신들은 모두 모여 오더니, 누런 콩을 한 알씩 먹었다. 유선은
그것도 또한 처음 보는 일이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
누런콩 삶은 것 한 알씩을 다 먹었는데 마지막 한 귀신에게는
돌아갈 것이 없었다.
"저런, 그럼 다시 누런콩을 삶게 할 테니 잠시 기다리시오."
유선이 다급하게 말했으나, 그 귀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제 다시 또 삶는다니 시간이 걸릴 텐데 어찌 그것
을 기다리겠습니까."
"하지만 서운해서……"
"그러면 내가 쌓은 것만큼 도로 허물어 놓겠습니다. 그러니 누
런콩 한 알을 주지 못했다고 서운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 귀신들은 나타났을 때와 같이 어디로 갔는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살펴보니, 큰 제방의 한 곳에 돌이 빠져 있었다.
"허허, 이 곳을 고쳐야겠군."
유선은 사람을 시켜서 그 곳을 고쳤다. 이 제방 덕에 임실과
남원 땅의 논에는 넉넉히 물을 댈 수 있게 되어서 큰 이익을 보
게 되었다. 임실현 오원 땅에 있는 제방이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이후로 큰 장마가 져도 이 제방은 견고하게 만들어졌기에 끄떡
도 하지 않았다. 다만, 돌이 빠져 사람을 시켜 고친 곳은 큰 홍수
가 날 때마다 허물어졌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 때부터 사람의 재
주와 귀신의 재주는 엄연히 다르다고들 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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