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野史

처절한 원한 때문에(2)

eorks 2015. 5. 7. 00:38
韓國野史 이야기(夜談)

처절한 원한 때문에(2)
    ……봄이었다. 버들잎이 피어나고 아지랑이가 감돌던 어느 봄 날, 동고는 친구를 만나러 선 밖에 나갔다가 저녁해가 뉘였이 서 산에 걸렸을 무렵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떤 집 앞 을 지나오면서 보니 반쯤 열린 창문에 드리워진 주렴 사이로 다 홍빛 치맛자락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내다보는 것만 같아서 흘깃 처다보았더니 창문 안에서 그를 쳐다보는 처녀가 있었다. 그런데 동고와 눈이 딱 마주치자 고개를 푹 수그렸다가 다시 살짝 쳐들어 추파를 보내는 것이었 다. 때문에, 도대체 어떤 집 처녀이길래 그처럼 대담하게 길 가는 사람에게 그런 표정을 지어 보일까하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다홍치마를 입은 그녀의 요염한 얼굴은 한동안 계속해서 그의 머리 속에 떠오르고는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열흘쯤 지나서였다. 어느 날 아침, 난데없이 광통교(廣通橋) 뒷골목에서 사는 아전 김 서방이라는 자가 찾아 왔다. 동고는 그런 자를 만나 본 기억이 없었으며, 그런 사람들과 평 소에 왕래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른 아침에 찾아와 꼭 뵈옵 고 여쭐 말씀이 있노라고 간청하는 것을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되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지?" "네, 여쯤기 대단히 황송한 말씀이오나 저어 소인의…… 딸년 이…… 딸년이……" 김 서방은 말을 꺼내기가 거북스럽다는 듯이 자꾸만 더듬거렸 다. "딸년이? 그래 자네의 딸년이 어쨌다는 거지?" "예…… 다름이 아니옵고 소인의 딸년이…… 딸년이……" "이 사람, 말을 해야 알 것이 아닌가? 그래, 어떻게 됐단 말인 가?" "예, 기탄없이 말씀드립죠. 실은 딸년이 얼마 전에 우연히 선생 님께서 소인의 집 앞을 지나가시는 것을 한 번 뵌 후부터…… 철없는 어린 마음에 납덩어리처럼 생각이 맺혀 꼭 한 번 뵙게 해 달라고 애걸하기에 몇 번이나 꾸짖으며 타일렀으나 끝내 듣지 않 고 병석에 누워 일체 음식을 전폐하여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예의에 어긋나는 줄 모르는 바 아니옵니다만 철없는 소인의 딸 하나 살려 주시는 인자하신 마음으로 어려우시겠지만 잠깐만 왕 림해 주시어 단 한 마디의 위로의 말씀만이라도 하여 주옵시면 재생(再生)의 큰 은혜로 알겠사옵니다." 말을 듣고 난 동고는 잠시 동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며 당황 했다. 그는 분명히 그 날 정다운 눈길로 자기를 바라보던 그 처녀의 아버지임에 틀림없었다. 그처럼 지나가던 자기와 눈길이 한 번 마주친 것만으로 정한(情恨)이 엉키게 되어 상사(想思)의 깊은 병에 걸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비가 이른 아침에 찾아와 애절하게 호소하는 것을 보아선 거짓으로 꾸며 대는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동안 일체의 세속적인 잡념에서 떠나 오로지 학문에만 열중 하여 온 동고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생명부지의 젊은 처녀가 자기 때문에 병석에 누워 생명이 급박 하다는 말을 듣고나니 무슨 큰죄나 저지른 듯 머리끝이 오싹해지 도록 정신이 켕겼다. 하지만 점잖은 선비의 몸으로 모르는 터녀 를 찾아가 말을 던지는 것은 의리(義理)에 크게 어긋나는 불순한 짓으로만 생각되었다. 그는 결국, "뭣이 어째? 어디서 감히 그런 상스러운 말을 지껄이느냐? 썩 물러가거라, 이놈!" 하고 고함을 지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때문에 그는 새까맣게 질 려 다시는 입을 떼지도 못하며 허리를 꾸부리고 도망치듯이 물러 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김 서방의 딸이 열여덞 꽃다운 청춘을 버리 고 저세상으로 떠났다는 소문이 들려 왔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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