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들이 사냥을 하러 산으로 갔다.
그들이 풀어 놓은 매가 꿩을 보고 뒤쫓기 시작했다.
매를 보고 다급해진 꿩은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마을로 내려와
닭을 많이 카우는 집으로 날아들었다.
꿩을 쫓아온 매는 아무리 찾아도 꿩이 보이지 않자, 꿩 대신
닭이라고 그만 닭 한 마리를 덤석 물었다.
커다란 닭은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뒤를 돌아다보니 주인은 아직 보이지 않았기에 매는, 닭을 주
인에게 줄 생각은 않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맛있게 먹어치웠다.
이것을 본 닭집 주인이 빗자루를 들어 내리치자 매는 그 자리
에서 그만 죽고 말았다.
바로 그 때, 매를 날렸던 사냥꾼들이 들이닥쳤다.
"아니, 매를 죽였잖아!"
사냥꾼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소리쳤다.
이에 깜짝 놀란 닭집 주인은 크게 당황하며,
"사냥하는 매인 줄 모르고 우리 닭을 잡아먹기에 그만."
하고 변명했다.
"매가 닭을 잡아먹으면 닭값을 물어주면 될 것인데 애써 길들
인 매를 죽이면 어떻게 해. 어서 물어내시오."
사냥꾼은 닭집 주인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알을 받아서 팔아 근근히 살아가는 닭집 주인에겐 그만
한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주인이 매값을 물어 주지 못 하자 사냥꾼은 그의 멱살을 움켜
쥐고 관가로 갔다.
고을의 원님이 잡혀 온 닭집 주인을 보니, 가난한 사람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원님은 이런저런 생각 끝에 좋은 꾀를 생각해 냈다.
원님은 매의 주인인 사냥꾼에게 물었다.
"네가 사냥할 때 부리는 매는 무엇을 잡는 새냐?"
"궝을 잡는 새입니다."
"그래? 그 매의 값은 얼마나 나가느냐?"
사냥꾼은 원님의 질문을 받고는, 매값을 물어 주려는 것으로
여겨 그 값을 매우 비싸게 불렀다.
"그래? 그럼 솔개는 무엇을 잡느냐?"
원님은 이번에는 사냥꾼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솔개는 닭도 잡아먹고, 개구리 같은 것도 먹죠."
사냥꾼은 별다른 생각없이 그대로 대답했다.
"그러면 솔개의 값은 얼마나 나가느냐?"
"솔개는 값이 없습니다. 혹시 약에 쓴다는 사람이 있으면 몇
푼 받을는지 모르겠지만요."
사냥꾼은 머리를 조아리고 말했다.
원님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솔개는 닭을 잡아먹고, 매는 꿩을 먹는단 말이지?"
하고 사냔꾼에게 물었다.
"예"
사냥꾼은 공손히 대답했다.
"그러면 너의 매는 닭을 잡아먹었으니까 매가 아니고 솔개가
아니냐? 그런데 솔개는 값이 없다고 그랬지?"
원님의 말에 사냥꾼은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
했다.
원님은 결국 이렇게 판정했다.
"그러니까, 솔개값은 없다고 했으니, 네가 닭집 주인에게 닭값
을 물어주도록 하라."
사냥꾼은 매 값을 받기는커녕, 닭값만 물어주고 말았다.
닭값까지 받은 닭집 주인은 크게 기뻐하면서 원님께 어떤 방법
으로 고마움을 갚을까 생각하다가 한 되밖에 없었던 수수를 박박
긁어 수수떡을 만들어다가 원님께 바쳤다.
원님은 그 정성이 매우 갸륵하게 생각되어 수수떡을 하나만 먹
고는 닭집 주인에게 다시 주며,
"잘 먹었으니, 남은 것은 집에 가지고 가서 네가 먹어라."
하고 말했다.
그러자 닭집 주인은 수수떡을 가지고 나가다가 사령들에게 몇
개씩 나뉘 주었다.
원님은 먼 발치에서 그것을 보고는 새삼스럽게,
`참으로 착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난 뒤 원님은 닭집 주인에게서 수수떡을 바다 먹은
사령들을 불렀다.
"너희들 며칠 전에 어떤 사람에게서 수수떡을 받아 먹은 적이
있지?"
"예."
"몇 개씩이나 먹었느냐?"
사령들은 별 생각 없이 두 개에서부터 다섯 개까지 먹었다고
그대로 대답했다.
그랬더니 원님이 말했다.
"그 가난한 사람의 떡을 그냥 먹어서야 되겠느냐? 나는 한 개
를 먹고 오십 전을 주었다. 너희들은 나처럼 오십 전씩 내지는
말고 삼십 전씩만 주거라."
사령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떡 하나에 삼십 전이면 상당히 비싼 값이기 때문이었다.
사령들은 원님의 말을 거역할 수도 없고, 또 갚자니 제법 많고
해 돈을 구하느라고 애를 썼다.
얼마 후에 사령들은 수수떡값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
원님은 그 돈으로 값이 싼 땅을 사서 닭집 주인에게 주었다.
덕분에 닭집 주인은 농사를 지으며 잘 살게 되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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