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망하려면 간신들이 들끊는 법이라고 한다.
고려 공민와 때에도 날만 새면 간신들이 충신들을 역적으로 몰
아대는 일이 벌어졌다. 이색(李穡)과 이숭인(李崇仁)은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충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그들도 어느 날 곤
경에 처하게 되었다.
간신들이 임금에게 상소를 했다.
"상감마마, 이색과 이숭인을 무거운 벌로 다스리옵소서."
"이색과 이숭인을? 왜?"
"역적 모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아뢰오."
"무엇이? 그런 고얀 것들이 있나. 그들을 당장 하옥시켜라!"
공민왕은 이것저것 헤아려 보지도 않고, 역적 모의를 한다는
간신들의 말을 듣자 크게 노했다. 나라 일은 돌보지 않고 편안함
과 놀이만 좇는 임금이었기에 냉정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
이 없었다.
그 틈을 타서 날뛰는 것은 간신들뿐이요. 고생하는 것은 충신
들과 백성들뿐이었다.
이색과 이숭인이 옥에 갇히자, 간신들은 저희들끼리 수군거렸
다.
"이색과 이숭인이 서울에 있으면, 그들의 파와 손이 닿기 쉽소.
그러니, 한 번 더 일을 꾸밉시다."
그리하여 간신들은 또다시 임금에게 상소를 올렸다.
"상감마마, 이색과 이숭인을 귀양 보내심이 마땅한 줄로 아뢰
오."
"그렇습니다. 이 곳에 놔 두면 역적들과 내통할 우려가 있사옵
니다."
"에이, 모든 게 귀찮구나! 경들이 알아서 하오."
그리하여 이색과 이숭인은 충청도 청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두 사람이 억울하게 잡혀서 시골로 떠난다는 소문이 퍼지자,
백성들은 길가에 나와서 눈물을 흘리며 한탄했다.
"나라가 망하려니까, 충신들이 하나 둘 조정을 떠나는군."
"상감마마도 무심하시지."
두 충신을 우리에 가두어서 달구지에 태운 귀양 행렬은 남쪽을
향해 걸어갔다. 달구지를 감시하며 걷던 군관들이 이따금 두 눈
을 부라리며 호령했다.
"시간이 급하다. 빨리 움직여라!"
일행은 드디어 청주 관아에 도착했다. 이색과 이숭인은 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날 밤, 별안간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게 일더니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했다. 마치 천지개벽이라도 하는 것처럼 장
대비가 쉬지 않고 좍좍 쏟아졌다.
청주 고을은 단번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홍수가 났다!"
"집이 몽땅 물에 잠겼어!"
사람들은 세간을 꺼내려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소. 돼지
등의 가축들이 세찬 물살에 휘말려 떠내려갔다.
"사람 살류!"
청주 관아도 역시 물에 잠기기 시작했는데, 벼슬아치들은 저
살 궁리만 하면서 도망치기에 바빴다.
이색과 이숭인이 갇힌 옥도 물에 잠겼다.
"밖으로 나갑시다."
두 사람은 간신히 옥문을 부수고 나가 다른 감방 문도 열어 주
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어디로 가야 좋을지 몰랐다.
청주 고을은 이미 물에 잠겨 있었다.
"저희들을 좀 살려 주십시오."
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아
우성을 쳤다.
"이거 도무지 앞이 보여야 무슨 방법을 찾든가 말든가 하지."
사방은 마치 먹물을 뿌려 놓은 것처럼 캄캄했다.
"이게 뭐야? 음,"
두 사람은 이윽고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그것은 커다란 은행나무였다.
"우선 이 나무 위로 올라갑시다."
이색과 이숭인은 사람들을 먼저 나무 위로 올라가게 한 뒤에
그들도 그 위로 올라가 홍수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엄청나게 큰 그 은행나무는 가지들이 틈실하게 뻗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앉을 수 있었다.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날이 밝자 비가 완전히 그치면서 물이 빠져나갔다.
가지마다 다닥다닥 열린 것처럼 은행나무에 의지하고 있던 사
람들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어느 사람은 긴장이 풀
려 꾸벅꾸벅 졸다가 아래로 뚝 떨어져 주위 사람들의 웃음을 자
아내기도 했다.
"나리, 고맙습니다."
"나리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모두 죽었을 것입니다."
은행나무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모두 이색과 이숭인에게 고맙다
고 인사를 했다.
한편, 임금은 이색과 이숭인이 귀양을 떠나자마자 청주에서 큰
홍수가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충신들을 귀양 보냈기 때문에 하늘이 노하셨나 보다.`
임금은 신하들에게 명하여 이색과 이숭인을 귀양살이에서 풀어
주었다.
두 충신과 많은 사람을 구해 준 그 은행나무는 지금도 청주 시
내에 있는데 수령(나무의 나이)이 6백여 살이나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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