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 동네의 젊은 것들이 사랑방에 모여 앉아, 숫색시가 좋
다느니 과부가 좋다느니 서로들 우기면서 떠들고 있는데, 과연
여자란 어느 쪽이 제일 맛이 좋을까?"
"그것은 예로부터 이르기를 `일도 이비 삼기 사첩 오처`라고 했
네."
"그게 무슨 말인뎁쇼?
"일도란 남의 계집을 잠깐 훔친다는 뜻일세."
"뭐요! 무슨 그런 소리를…… 난 태어날 때부터 남의 것이라
곤 거들떠보지도 않는 성미인 뎁쇼."
"알았어 알았어. 자네가 정직하고 깨끗하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네 . 어흠, 본론에 들어가 이비는 계집종이고, 삼기는
돈으로 사는 계집 즉 기생이나 유부녀 따위지."
"흐흥 기생이 세 번째구만요."
"사첩은 남의 첩을 간음하는 것이고 오처는 제 마누라일세."
"아니, 그렇다면 제 여편네가 제일 하치구만요. 하지만 남들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 집 사람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따 이 사람아. 제 마누라를 추겨세우는 건 팔불출 중의 하
나라는 걸 모르나."
"하긴 그렇구만요. 근데 기생이 세째라는 건 아무래도 마음에
내키질 않는구만요. 저 신개루라는 유곽에 있는 달래라는 색시는,
정말 쓸 만한 아이입니다. 영감님이 몰라서 그렇지 그녀의 몸매
랑 하는 짓은 양귀비 뺨칠 정도이굽쇼. 또 그리구……"
"아니 이 사람이 웬 넋두리인가?"
"그 나긋나긋하고 물컹물컹한 몸이라니……어휴, 난 못 참아,
난 정말 못 참겠구만요`
"한다는 소리가 점점……"
"그 가냘픈 팔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올 수가 있을까 싶은
만큼 저를 으스러지게 끌어안고는……"
"점점 가경(佳境)에 들어가는군."
"그 즐거운 기분이란 옆에서 누가 죽는다고 해도 모를 정도입
죠."
"이제 어지간히 해 두게. 공연히 남의 마음을 들뜨게 하지 말
고……"
"그래서 전 그 달래가 최고라고 생각하는뎁쇼. 셋째라니 섭섭
하구만요. 그래서 만나고 싶어도 돈이 없을 때는 할 수 없이 불
을 끄고 여편네를 달래라고 생각하면서 하곤 했습죠."
"그건 죄일세."
"죄라니요?"
"아암 죄지, 죄구 말구, 그걸 동상이몽이라고 하지. 곧 한 잠자
리에서 딴 꿈을 꾼다는 건 잘못이네. 마누라는 마누라로서 사랑
하고 귀여워해야 하는 법이거늘, 마누라를 품으면서 딴 계집을
그리다니 될 법이나 한 말인가. 만일 자네 마누라가 자네와 그
일을 하면서 딴 사내를 생각하고 있다면 자네 마음은 어떻겠나?
그걸 생각해 보게."
"그렇다면 살려 둘 수 없죠."
"그것 보게. 그러니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동상이몽은 아예
생각지도 말게."
"알았어요, 알았어."
이 팔불출은 불이나케 집으로 돌아와 문 앞에서부터 마누라를
찾았다.
"여보 이제 돌아왔소!"
"에그,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일찍 돌아오시는 거죠? 난 먼저
자리에 눕겠으니, 당신은 술이나 한잔 드시고. 주무시구료."
"흥, 서방이 왔는데도 일어날 생각은 않고…… 참 뭐라든가?
옳지, 일도 이비…… 아니야, 그게 아니지 삼처, 사처, 오처라
……"
"삼처라니요? 당신이 하도 알량해서 삼치 구경을 한 지도 오랜
데, 웬 삼치 타령을 자꾸만 하고 있죠?"
"흐흐흐…… 이 오처야."
"아아니, 지금 당신 뭐라했어요? 오처라니……"
"오처란 다섯째가 마누라라는 거야."
"뭐요? 당신, 내게 장가 들기 전에 벌써 네 년이나 여편네가
있었군요?"
"웃기지 마. 어흠, 오처란 제 마루라를 일컫는 말이야. 이 멍청
아."
"에그, 실없긴…… 그런 못난 소릴랑 작작하고 어서 자기나 해
요."
불을 끄고 자리 속으로 들어간 이 팔불출, 한잔 마신 김에 기
분이 도도해져 넌지시 마누라를 끌어당겼다.
마누라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엉덩이를 오리궁둥이처럼
흔들며 아양을 떨었다. 그러나 팔불출은, 마누라의 배 위에 올라
타면서도 신개루의 달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마누라는 한창 기분이 나는 판인데,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이 되
어 일을 멈추곤 하는 남편의 꼬락서니가 석연치 않아, 무슨 까닭
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팔불출은 영감과 했던 이야기를 넋이야 신이야 하며 말해 주었
다.
이윽고 쾌미가 최고조에 이를 즈음, 마누라는 신음 속에서도
이렇게 더듬거리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아아…… 동…… 상…… 이…… 몽을 어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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