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소년 가장과 한 줄기 빛

eorks 2015. 10. 7. 00:16
학교법인 동서학원 설립자 장성만 박사의 1인 3역
역  경  의   열  매
소년 가장과 한 줄기 빛
나는 절망의 심연에서 한 줄기 강렬한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 빛은 평생 동안 꺼지지 않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빛으로 나를 지켜 주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죽음의 빛깔은 어쩌면 황토색이며, 생명의 종착역은 흙 이라는 것을…, 인생이 얼마나 허무하고 나약한 존재인가 를…. 한 이불을 덮고 자던 아버지를 흙에 묻었다. 다정다감한 목소리도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체취도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 갑자기 닥친재앙이었다. 그것은 세상 모두를 잃은 슬픔이었다. 지금껏 가족을 떠받 쳐온 견고한 기둥이 49세 젊은 나이에 한 줌 재가 되어 흙 으로 돌아갔다. 중학교 2학년 소년에게는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은 충격이었다. 아버지는 가장 큰 우주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 의 이름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은 슬픔 이전 에 충격이었다. 1946년 여름. 그해 하늘은 온통 우울한 잿빛이었다. 해방의 기쁨을 송두리째 앗아간 불행한 계절이었다. 당시 전국에 콜레라가 창궐했다. 그 무서운 콜레라가 아버지를 급습한 것이다. 새로 시작한 사업의 마무리를 눈앞에 둔 채…. `인생이 뭔가, 사람은 어디서 와서, 무엇 때문에 살며, 어디로 가는가, 삶은 이토록 허무한 것인가.` 가슴속에 염세주의의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소년가장.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두 누님과 동생 셋, 나는 졸지 에 소년가장이 됐다. 지금껏 경제적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 이 살아온 가족에게 혹독한 풍랑이 불어온 것이다. 누구 하나 의지 할 사람도 없었다. 가족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이렇게 대단했던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얼 먹고 살 것인가. 누굴 의 지 하고 살아야 하나. 이 무거운 인생의 짐을 어찌할 것인 가.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한 가정의 장남인 나는 수심(愁 心)의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 밤, 애끓는 기도 소리가 들려 왔다. 어둠 속에서 꺼이꺼이 흐느끼는 여인의 울음에 귀를 쫑긋 세웠다. "하나님, 우리 성만이가 절망하지 않게 해 주세요. 저 어 린 것이 얼마나 상심이 크겠습니까. 성만이는 하나님의 자 녀입니다. 우리 집 가장입니다. 이제부터 하나님이 성만이 의 아버지가 돼 주세요." 그것은 할머니의 기도였다. 울음 반, 기도 반의 처절한 절규였다. 할머니는 우리 가문의 아브라함이다. 우리 집안의 첫 신 자인 것이다. 청산과부(靑孀寡婦)로서 고달프고 외로운 인 생을 살아온 여인이었다. 질곡의 인생을 담배연기에 날려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할머니가 예수를 믿어 초기교회 신자가 된 후, 긴 담뱃대를 부러뜨려 아궁이에 던져버렸다. 할머니의 손에는 담배 대신 성경과 찬송가가 들려졌다. 원래 무학이었으나, 예수를 믿은 후 글눈이 떠져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가족이 모두 교회에 출석한 것은 전적으로 할머니의 전도 때문이었다. 나는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할머니 앞에 조 용히 무릎을 꿇었다. 그때 할머니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 다. 그 순간 지금껏 참아왔던 슬픔의 둑이 일시에 붕괴돼 통곡의 강물이 범람했다. 할머니의 품에서 서럽고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년은 그렇게 울고 또 울었다.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한숨처 럼 기도했다. "하나님, 성만이에게 용기를 주세요. 우리 성만이를 책임 져 주세요. 성만이는 하나님 자녀입니다…. 얼마나 울었을까, 가슴이 후련해졌다. 그때 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너를 지켜 주실 것이다. 너는 하나님의 사람 이다. 걱정 마라, 이제 찬송을 부르자," 갑작스런 심야 부흥회가 열렸다 할머니와 나는 상기된 표정으로 계속 찬송을 불렀다. 교인은 단 두 사람. 할머니 와 손자. 그러나 우리의 찬송은 은혜가 넘쳐났다. 이 날의 감격스런 예배는 평생을 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성령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하시고 애통하며 회개한 맘 충만하게 하소서 예수여 비오니 나의 기도 들으사 애통하며 회개한 맘 충만하게 하소서." 나는 절망의 심연에서 한 줄기 강렬한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 빛은 평생 동안 꺼지지 않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빛으 로 나를 지켜 주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역경의 열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는 추상화를 정물화로 만든다  (0) 2015.10.10
신앙의 독립선언  (0) 2015.10.09
신학을 공부하다  (0) 2015.10.08
꿈과 비전은 비상의 날개  (0) 2015.10.06
Prologue  (0) 201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