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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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ㅡ21화]바둑 자만하다 첩 잃은 김철손(金哲孫)
전주에 살던 김철손은 자기가 바둑을 제일 잘 둔다고 생각하
며, 바둑으로 내기하기를 좋아했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첩이 하
나 있었는데, 배를 타고 다니면서 장사하는 일본 상인이 김철손
의 첩을 흠모해 바둑으로 그 첩을 빼앗을 계책을 꾸몄다.
그 일본 상인은 해와 별이 새겨지고 구술로 장식된 아름다운
안장을 하나 가지고 와서, 김철손에게 그것을 걸고 내기 바둑을
두자고 했다. 바둑에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 김철손이 기뻐하며
그 제의에 응하니, 일본 상인은 일부러 바둑을 져서 그 안장을
잃어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일본 상인은 더 많은 값진 물건을 가지고 와
서 내기 바둑을 두자고 김철손에게 제의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무엇을 걸겠습니까? 제 생각으로는 저 예쁜 첩을 걸
고 한 판 승부를 겨루어 주었으면 하는데 어떻습니까?"
일본 상인은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러자 김철손은 전에 바
둑을 이긴 적이 있으므로 가볍게 여기고 자신만만해하면서 문제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하지요. 첩을 걸고 내기 바둑을 두겠습니다."
그러고 두 사람은 바둑을 두기 시작했는데, 김철손이 첫 판을
지고 말았다. 일본 상인이 김철손에게, 계속 져도 정말 후회가
없겠느냐고 다짐하니, 김철손은 오기가 나 무슨 소리냐고 하면
서 화를 냈다.
두 사람은 바둑을 계속 두었는데, 결국 김철손이 3전 3패를
하고 첩을 넘겨주었다. 첩은 일본 상인의 배를 타고 울며 떠나가
면서, 김철손에게 바둑 잘 둔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내용의 노래
를 지어 불렀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전주 지방 김철손아, 바둑 잘 둔다 자랑 마라.
천금 같은 고운 첩 잃어 일본 배에 실었도다.
해와 별 새긴 안장, 내 얼굴을 대신하여 쳐다보겠지.
<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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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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