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
[제3ㅡ19화]장인을 속인 새 사위
한 사람이 새로 사위를 얻어 앞에 앉혀 놓고 글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사위는 글공부를 많이 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글
을 모른다고 거짓으로 대답하니, 장인은 개탄하면서 말했다.
"사람이 되어 책을 읽지 않으면 담장에 얼굴을 대고 서 있는
것과 같아서, 어찌 사물의 이치를 통하겠느냐?"
이렇게 말하고, 이어 다음과 같은 시구로써 훈계를 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고 늘 푸른 것은 중
심이 꽉 차 단단해서 그렇고(松柏之長春中心固),
학이 울음을 잘 우는 것은 목이 길어서 그러하며(鶴之善鳴長
頭故),
길가에 서 있는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작은 것은 사람들이
많이 만지고 접촉을 해 그런 것이니라(路樹之昻藏閱人故).
장인은 시구를 풀이한 다음에 이어서,
"자네가 글을 알았다면 진작 이런 것을 다 터득할 수가 있었
을 텐데 점말 한스럽구나. 안타까운 일이로다."
라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새 사위가 천천히 대답하는 것이었다.
"장인 어른, 그렇다면 속이 빈 대나무가 잎이 지지 않고 늘
푸른 것도 속이 꽉 차 있어서 그렇다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목
이 짧은 개구리가 잘 우는 것도 목이 길어서 그렇습니까?"
이렇게 말하며 장인을 쳐다보고는 한참 있다가 다시 말을 잇
는데,
"장인 어른, 또 있습니다. 장모님은 키가 매우 작은데요, 그
렇다면 장모님도 길가의 나무처럼 많은 사람이 만지고 접촉하며
가지고 놀아서 크지 못한 것입니까?"
라고 말했다. 이 말에 장인은 깜짝 놀라며, 새 사위에게 속은 줄
알고는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하더라.<조선 중기>
|
......^^백두대간^^........白頭大幹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