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아전들을 속인 우복용(禹伏龍)의 판결

eorks 2019. 5. 27. 00:05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22화]아전들을 속인 우복용(禹伏龍)의 판결
조선 선조 임금 때, 우복룡이 지방 고을 관장을 맡아 부임했 다. 새로 부임했기 때문에 관청의 모든 장부를 조사하고 창고의 현물을 대조하니,한 백성이 관청 곡식을 꾸어 먹고는 아직 갚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우복룡은 그 백성을 불러 자세히 물었다.

"너는 나라의 곡식을 꾸어 갔으면 추수한 다음에 반드시 갚 아야 하거늘, 어찌하여 이렇게 갚지 않고 버티느냐?"

이렇게 추궁하니 백성은 엎드려 울면서 이뢰었다.

"어르신, 소인의 집은 농사를 지어 살아가고 있사온데, 지난 봄 흉년에 나라의 곡식을 꾸어 가서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아 감 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되어 추수할 무렵에 큰비가 내 려 소인의 집과 전답을 모두 쓸어가 버리고, 그때 부모님도 흙더 미에 깔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지금은 소인 혼자 움막을 짓고 근근이 남의 일을 해주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 다. 관장 어른께서 내년까지만 상환을 연기해 주시든지, 그렇지 않으면 소인을 감옥에 넣어 벌을 받게 해주소서."

이러면서 계속 우는 것이었다. 우복룡이 이 이야기를 듣고 보 니 하도 딱해, 이 백성을 구제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한 묘 안을 생각해 냈다.

곧 관장은 엎드려 울고 있는 백성에게 물었다.

"허면, 네 집에서 지금 당장 바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진 정 아무것도 없단 말이냐?"

"예 나으리, 소인 집에 씨암탉 한 마리가 있사옵니다."

이 말을 듣고 우복용은 웃으면서 이렇게 명령해 보냈다.

"그러면 되었다. 내일 그 닭을 잡아 삶아가지고 오너라, 내가 그것을 먹고 대신 네 빚진 곡식을 감해 주도록 하겠다."

이튼날, 백성은 과연 닭을 잡아 삶아가지고 와서 바쳤다. 이 에 우복룡이 그 닭고기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보면서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도로 백성에게 주면서 말했다.

"내 생각해 보니, 관장이 어찌 백성의 닭을 먹고 국가 재산을 감해 주어서야 되겠느냐? 이 닭은 도로 가지고 가고 그 대신 꾸 어 간 곡식은 내년에 꼭 갚도록 하라."

이러고는 닭을 도로 주어 내보냈다. 이 백성이 울면서 닭을 받아들고 문밖에 나오니,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여 러 아전들이 잔뜩 노리고 있다가 덤벼들어 그 닭을 빼앗아 술안 주로 먹어 버리는 것이었다.

우복룡은 아전들이 닭을 빼앗아 먹는 것을 확인하고는,

"옳지, 요놈들이 기어이 내 꾀에 걸려들었구나. 잘됐다...,"
하고 중얼거리면서, 큰소리로 조금 전에 나간 그 백성을 다시 불 러들이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닭까지 빼앗기고 실의에 빠져 집으로 돌아가던 백성 이 또 무슨 벌을 받게 되나 겁을 먹고 들어와 엎드렸다.

"내 생각해 보니, 관장으로서 어제 한 말을 뒤집어 백성을 속 인 결과가 되었으니 이래서야 되겠느냐? 조금 전에 돌려준 그 닭을 도로 가져오면 내가 먹고 네 빚진 곡식은 내 개인 돈으로 갚아 주마."

관장의 이 말에 백성은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속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어쩔 수 없이 아전들이 나누어 먹었다고 실토하며 죄를 청했다.

이 말을 들은 이복룡은 크게 호령하여 수리(首吏)를 불렀다.

"백성의 닭을 먹은 아전들의 이름을 모두 적어 올려라."

얼마 후에 우복룡은 수리가 적어 온 명단을 받아쥐고, 거기 적힌 아전들은 모두 들어와 엎드리라고 했다. 그런 다음 엎드려 있는 아전들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다음과 같이 타이 르는 것이었다.

"내가 약속을 지켜 닭을 먹고 이 백성이 꾸어 간 곡식을 내 돈으로 갚아 주려 했는데, 그 닭을 너희들이 먹었으니 별수 없이 너희들이 나누어서 이 백성의 빚진 곡식을 갚을 수밖에 없게 되 었다. 모두 잘 알아들었느냐?"

웃으면서 하는 관장의 이 말에 아전들은 무엇인가를 깨달았 다는 듯이 서로 쳐다보면서 대답하고는 물러나왔다. 그리고 나와 서로 서로 손을 잡고 한바탕 크게 웃으며,

"우리들이 저 늙은 여우 같은 사또의 꾀에 속아서 멋모르고 비싼 닭고기를 먹고 말았네그려."
라고 말하고, 우복룡의 묘책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후 로 관장의 말에 복종하고 조금도 속이려는 마음을 갖지 않더 라.<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