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사위에게 부탁한 학질 치료

eorks 2019. 5. 29. 00:28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24화]사위에게 부탁한 학질 치료
한 재상이 처갓집에 있는 향월(向月)이라는 어리고 예쁜 여종 을 좋아했다. 재상은 이 여종을 볼 때마다 사랑스러워서 눈길을 보내며 애정을 표시했지만, 이 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반응이 없었고, 또 은밀하게 따로 접근할 기회를 얻지 못해 늘 애만 태 웠다.

그러던 중 재상이 궁중 약방의 책임자 자리인 내국제조(內局 提調)의 직책을 맡게 되었는데, 마침 그 여종을 접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하게 된 것이다. 즉 그 여종이 학질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재상의 장모가 찿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 사위, 우리 집 향월이가 학질에 걸려 고생을 많이 하고 있네. 자네가 좋은 약으로 좀 치료해 주게나."

이 말을 들은 재상이 그 여종의 추워서 떠는 발병 시간을 물 으니, 장모는 매일 늦은 오후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학질에 걸리면 주기적으로 일정한 시간에 많은 열이 나면서 추위를 느끼고 몸을 오들오들 떨게 된다. 그리고 오한증과 함게 근육에 통증을 느끼며 견디기 힘들어지고, 그래서 점점 몸이 쇠 약해지는 것이 학질의 보통 증상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학질에 걸리면 아주 무섭게 충격을 가해 놀 라게 하고 땀을 푹 흘리게 하면 고쳐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흔히 아주 고통스러운 일을 당했을 때 `학을 떼었다`는 말을 하 는데, 이것이 바로 `학질이 떨어질 정도의 고생을 하고 땀을 뺐 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재상은 장모의 부탁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장모에 게 내일 오후에 약을 가지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따로 떨 어진 한적한 방에 불을 넣어 따뜻하게 하고, 병풍을 둘러쳐서 그 안에 향월이 혼자 있게 하라고 말했다.

이튼날 오후, 약속한 대로 재상은 약을 지어가지고 처갓집으 로 갔다. 그리하여 준비된 방으로 들어가니 병풍이 둘러쳐저 있 고, 병풍 안에는 향월이 깨끗한 옷을 입고 꽃송이처럼 다소곳이 앉아서 약간 추위를 느끼는 듯 가볍게 떨고 있었다.

향월은 아직 남자와 가까이에서 살갓도 대보지 못한 청순한 숫처녀였고, 더구나 남녀의 성 접촉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백치 상태였다.

재상은 일어나 인사하는 향월을 가만히 안았다. 향월은 그것 이 학질을 치료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알고 안기면서, 약간 부끄 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순순히 따르는 눈치였다.

재상은 향월을 한참 안고 앉았다가 저고리부터 차곡차곡 내 려가면서 옷을 다 벗기고 반듯이 눕혔다. 그리고 두 손으로 향월 의 팔을 벌려 잡고 그 몸 위에 가볍게 엎드렸다.

학질을 치료하려변 단번의 운동으로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어 야 했다. 사실 처녀를 가장 심하게 놀라게 하여 학질이 떨어지게 하려면 이 방법이 최상의 치료법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재상은 학질 치료를 가장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었다.

재상은 자기 연장의 위치가 제대로 가운데 자리 잡힌 것을 확 인하고는 온 힘을 집중해 힘껏 눌렀다. 이 때 향월은 예기치 못 한 아품과 이상한 치료법에 입을 딱 벌리며 외마디 소리를 지르 고는 한동안 숨을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재상은 자신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향월에 대한 욕망을 풀고 있었지만, 그러나 학질을 치료한다는 생각 또한 잊 지 않고 있었다. 재상은 조심스럽게 완급을 조절하여 그 독특한 학질 치료 방법, 즉 자신의 정감도 풀고 또 향월의 학질도 치료 하는 이 이중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살며시 가슴을 일으키 니, 향월은 비로소 큰 한숨을 내쉬고 가느다란 소리를 지르며 아 프다고 울었다. 향월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온몸은 땀이 흘러 흠뻑 젖었다. 결국 재상의 학질 치료는 완벽하게 성공 을 거둔 셈이다.

재상은 땀으로 범벅이 된 향월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 주면서 옷입는 것을 거들었다. 그리고 옷을 다 입은 향월을 다시 어린 아이 안듯 감싸안았다.

저녁 늦게까지 재상은 향월을 안고 누워 있었다. 그동안에 향 월은 재상의 품에 안겨 한숨 푹 자고 났다. 아마도 엄마 품에 안 긴 것 같은 따뜻한 정감을 느낀 것같이 보였다.

이렇게 해서 재상의 학질 치료는 대성공이었고 밤이 늦어서 야 끝내고 방에서 나왔다. 이후로 재상은 향월과 자주 만나 깊은 정을 나누었지만, 장모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장모가 또 재상을 찿아왔다.

"이 사람아, 이번에는 내가 학질에 걸려 여러 날 고생하고 있 네, 지난번 향월의 학질 치료 때처럼 방을 마련하고 병풍을 쳐 두었으니, 내일 오후에 와서 내 학질도 좀 치료해 주게나."
하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재상은 이 말을 듣고 당황해 하면서 설명했다.

"장모님, 향월의 학질 치료 때와 같은 방법을 장모님께는 제 가 할 수 없습니다. 장인 어른께 그 방법을 가르쳐 드려서 시험 하시도록 하겠습니다. 장모님의 학질은 장인 어른만이 고칠 수 가 있습니다."

이러고 웃으니, 이 말을 들은 장모는 한참 동안 가만히 생각 하다가, 비로소 사위가 향월과 깊은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 고 사위를 보면서 눈을 흘겼다.

"이 사람아, 그렇게 해서 향월의 학질을 치료했는가?"

그리고 장모는 집에 돌아와 향월을 불러서,

"네 이년, 어린것이 앙큼하게 어른을 속이고 있었구나."
하고는 크게 나무랐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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