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깊은 통찰력을 지닌 관장 엄현(嚴賢)

eorks 2019. 5. 31. 05:05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26화]깊은 통찰력을 지닌 관장 엄현(嚴賢)
발해(渤海) 동쪽에 치우친 한 고을은 인심이 매우 거칠어서 많은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임금이 보고를 받고 걱정되 어 대신들과 의논하고 있는데, 공명 정직하기로 이름나 있는 엄 현이 이 고을 관장으로 가서 다스리겠다고 자원했다.

곧 엄현은 이 고을 관장으로 임명되어 임금의 격려를 받고는 당일로 부임해 갔다. 며칠 만에 고을 지경에 들어서서 마중 나온 아전들의 호위를 받으며 말을 타고 가고 있는데, 저쪽 마을에서 어떤 부인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엄현이 유심히 들으니 통곡을 하고 있는데도 진정 슬픈 마음이 나타나지 않는 것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마중 나온 아전들에게 그 울음소리에 대해 물 어보았다.

"울고 있는 저 부인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아보라."

"예 나으리, 한 부인이 남편의 사망으로 울고 있습니다."

한 아전이 이미 알고 있어 이렇게 아뢰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엄현은 아무 말 없이 관아로 들어가서 관장 부임 절차를 마 친 뒤에 아전들의 인사를 받았다. 이 때 엄현은 아전들에게 각각 몇 마디씩 질문을 해보고는, 영리하다고 판단되는 한 아전을 조 용히 불러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3일 이내에, 남편이 죽어서 울고 있던 그 부인의 주위를 살펴 어떤 수상한 문제를 캐내어 보고토 록 하라, 그렇지 못하면 네 생명을 바쳐야 하느니라."

이렇게 엄명하니, 명령을 받은 아전은 그날부터 통곡하던 부 인의 집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도무지 무슨 단서를 찿을 수가 없고,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되 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고 아전은 고민에 싸여 밥도 못 먹고 괴로워했다.
이 때 고민하는 모습을 본 그의 아내가 무슨 문제로 그렇게 고통 스러워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아전의 아내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살아 있을 시 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슬퍼했다.

이 얘기를 들은 아내는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그것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필시 죽은 남편의 이마 위 정 수리에 바늘이 꽂혔거나, 그렇지 않으면 배꼽에 못이 박혀 있을 테니, 시체를 한번 자세히 살펴보소서."

이렇게 일러 주었다. 아전은 그 길로 관장에게 달려가 아내가 일러 주었다고 말하면서 그대로 보고했다. 얘기를 들은 관장은 곧 명령을 내려, 울고 있던 부인의 남편 시체를 가지고 오라 해 서 정밀하게 검시토록 했다.

그랬더니 아전의 아내가 일러 준 말과 같이, 울고 있던 부인 의 남편은 머리 정수리에 바늘이 꽂혀 있었고, 배꼽에 큰 쇠못이 박혀 죽음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건이 밝혀진 뒤에 엄현은 앞서 이것을 보고한 그 아전을 다 시 불렀다.

너의 아내가 처녀로서 너와 처음 결혼한 아내냐, 그렇지 않 으면 한 번 결혼했던 후처냐? 또는 측실(側室)이냐?"

이에 아전은 얼마 전 상처하고, 지금 아내는 남편이 사망해 과부로 있다가 자신과 재혼한 후처라고 대답했다.

곧 엄현이 그 아전의 후처와 앞서 울고 있던 부인을 모두 불 러 엄하게 문초하니, 두 여인 모두 외간 남자와 간통하고 남편에 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에, 몸에 바늘과 못을 박아 살해했 다고 자백했다.

아전의 후처는 자기가 전 남편을 그런 방법으로 죽였기 때문 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남편에게 말해 준 것이었다.

그리하여 관장 엄현은 두 여인에게 매를 쳐 죽게 했다.

이에, 이 고을 사람들은 엄현의 명석한 추리력에 감탄하고 아 무도 죄지을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하니, 이후로 고을에는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더라.<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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