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해학으로 사람을 감동시킨 오무름

eorks 2019. 6. 1. 03:43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27화]해학으로 사람을 감동시킨 오무름
서울에 해학을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오이를 삶아 반찬으로 잘 해먹어서, `삶은 오이처럼 물렁물렁한 것'이란 뜻으 로 `오무름`이라 이름 짓고, 한자로는 음만 따서 `노물음(吳物 音)`이라고 적었다.

이때, 왕족 중의 한 사람이 큰 부자였는데, 인색하기로 인근 에 소문이 나 있었다. 이 부자는 아들 4명을 두었지만, 아들에 게는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모든 재물은 혼자 움켜쥐고 있었다.

오무름이 해학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은 부자는, 어느 날 오무 름을 불러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오무름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꾸며 들려주었다.


장안에 이동지(李同知)라는 유명한 부자가 있었는데 이 사람 은 매우 인색했다. 이 사람은 불철주야 일을 해 자수성가한 사람 으로, 부자가 된 후에도 성품이 인색하여 누구에게 동전 한 푼 보태 주는 일이 없었고, 아들들에게도 재산을 물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이 늙어 죽을 때가 다 되어 생각해 보니, 그 많은 재산을 한 푼도 저승으로 가지고 갈 수 없음을 께달았다.
그래서 자식들을 불러 유언하기를,

"내가 죽거든 관 양쪽에 구멍을 뚫어 내 두 손이 각각 관 밖 으로 나오게 하라, 그렇게 해서 내가 이렇게 부자이지만 죽을 때 아무것도 손에 쥐고 가는 것 없이 빈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 모두 잘 깨닫게 하라."
하고는 얼마 후에 눈을 감았다.

부친이 숨을 거두니, 자식들은 부친의 유언에 따라 상여의 양 옆 휘장을 걷고, 관에서 두 손이 각각 밖으로 덜렁덜렁 나와 있 게 하여 사람들이 그 빈손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세상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모두 이동지의 유언에 큰 뜻 이 담겨 있음을 알고 머리를 끄덕였다.


오무름의 이 이야기를 들은 부자는 자신도 크게 깨닫고 벌떡 일러나 앉으면서 아들들을 불렀다.

"오늘부터 내 모든 재산을 너희들에게 골구루 나누어 물려줄 테니, 붓과 종이를 가지고 와서 각각 받아적어라."

이렇게 말하고 모든 재산을 흩어 골구루 분배했다.

이후, 자신은 산속에 정자 하나를 짓고, 거문고로 세월을 보 내면서 편안하게 여생을 마쳤다.<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