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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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ㅡ25화]내시 아내의 완벽한 처리
흔히 선비들 사이에서는, 과거 시험 직전에 내시(內侍)의 아
내와 간통하면 반드시 급제한다는 말이 떠돌고 있었다.
그래서 조(趙)씨 성을 가진 한 선비가 이 말이 맞는지 시험해
보려고 했다. 곧 조씨는 과거 시험날이 임박했을 때, 내시들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사람을 중간에 넣어서 장동(壯洞)에 살고 있
는 한 내시의 아내와 약속이 되었다.
조 선비가 약속한 날 밤 그 내시의 집으로 찾아가니, 이날 내
시는 숙직하러 대궐로 들어가고 내시 아내가 고운 옷을 입고 기
다리고 있었다. 조씨 선비가 들어가니, 내시 아내는 반갑게 맞이
하여 방안으로 안내했다.
방안에는 병풍이 둘러쳐저 있고, 병풍 앞에는 보료가 깔려 있
었다. 부인의 안내에 따라 보료 위에 앉으니, 부인은 그 앞에서
공손하게 큰절을 올리고 누추한 집을 찿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했다. 그리고 준비했던 술상을 가져왔다.
부인은 조씨 선비에게 몇 잔의 술을 권한 다음 술상을 밀쳐
놓고, 아름다운 이불을 펴며 잠자리를 준비했다. 조 선비는 젊은
혈기에 춘정이 크게 고조되었고, 부인이 스스로 옷을 벗고 몸을
맡기니, 조 선비는 부인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았다.
부인은 워낙 내시에게 훈련이 잘되어, 옷을 벗고 그냥 노는
데에는 매우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살점이 몸속에 들어
갔을 때는 처음 느껴 보는 충격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일이 끝났는데도 아직 밤이 많이 깊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이불 속에 누워서 내시 생활에 관해 이런저런 애기를 하고 있는
데, 이 때 갑자기 부인의 남편이 대문에 와서 부르는 소리가 들
렸다. 조 선비가 당황스러워하자 부인은,
"도련님은 빨리 옷을 입고 가만히 앉아만 계십시오, 그리고
묻는 말에만 적당히 대답하고 계시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쳐
리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침착하게 옷을
입고 나가서 대문을 열고 남편을 맞아들렸다. 관복을 입은 내시
는, 영조 임금의 생모를 모신 육상궁(毓祥宮)에 심부름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부인 생각이 나서 잠깐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
다. 그리고 방안에 들어와서는 보료 위에 앉아 있는 조 선비를
보고 부인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이 때 부인은,
"예, 여보! 부평 사는 제 친정 고종 사촌 오빠인데, 과거를 보
려고 상경해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찿아왔습니다."
하고 거리낌없이 소개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내시는 조 선
비를 보고 반가워하면서,
"아, 그대가 부평 김생이오? 왜 진작 찿아오지 않았소?"
하고는 손을 잡았다. 이에 조 선비도 적당한 말로 인사하니, 내
시가 다시 이렇게 말했다.
"과거 보는 날, 종일 시장할 테니까 내가 수라상에서 남은 음
식을 좀 갖다 주겠어요. 과거장에 들어오면 뒤쪽에 새앙 심은 밭
이 있으니 거기에 자리 잡고 앉도록 하오. 내가 그리로 찿아가지
요. 자, 그러면 부인! 오늘 밤 오랜만에 내외종 남매끼리 다정하
게 얘기도 나누고 잘 보내시오. 나는 대궐로 들어가오."
그러고 나서 내시는 집을 나갔다.
부인은 대문을 잠그고 들어와서 새로운 정감이 이는 듯 다시
조 선비의 옷을 벗기고 자신도 옷을 벗었다. 새로이 두 살결이
맞닿은 감동은 조금 전의 처음 때보다 훨씬 더 고조되었고, 부인
은 황홀감 속에서 몸에 힘을 빼고 좋아했다. 이러고 두 사람은
함게 밤을 보냈다.
아침에 조 선비는 뒤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부인과 혜어
졌다. 몇일 뒤 과거장에 들어간 조 선비는 내시에게 무슨 꼬리라
도 잡힐까 두려워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고, 그날 밤 내시가 일러
준 새앙밭에서 멀리 떨어진 장원봉 아래에 앉아서 얼굴을 숙인
채 답안을 쓰고 있었다.
점심때가 지나자 그 내시가 부하를 데리고 나타났다. 내시는
약속한 장소에 가보고 선비가 없자, 사방을 다니면서 `부평 김
생`을 부르며 찿다가 마침내 조 선비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 때 조 선비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내시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 이 사람아, 자네를 찿는 것 같은데 왜 숨어?"
이 말을 들은 내시가 조 선비를 보고는,
"응 여기 있었구려, 내 한참 동안 찿아혜매고 다녔네."
라고 말하며, 가지고 온 음식을 주고 갔다.
이 과거에서 조 선비는 과연 소문대로 급제했지만, 이 일이
널리 알려져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했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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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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