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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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ㅡ30화]부인이 남편 연장을 점수 매기고
한 선비가 사랑방에서 독서를 하는데 부인이 종종 옆에서 와서
선비의 독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선비는 글을 읽다가 아
주 좋은 글귀가 나오면 붉은 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놓고, 그 다음
좀 괜찮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역시 붉은 색으로 점을 찍어 놓
곤 했다.
그리고 좋지 않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붉은색으로 줄을 그었
고, 잘 알 수 없는 곳이 있으면 거기에 종이쪽지를 붙였다.
선비의 아내는 옆에서 보고 있다가 선비가 이렇게 할 때마다
설명을 들어 그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그랬는데 하루는 선비가
외출했다가 술에 취해 돌아와서는 사랑방에 들어가 그대로 쓰러
져 잠이 들었다. 마침 여름철이라 선비는 옷을 모두 벗은 채, 두
다리를 죽 뻗고 큰 대(大)자로 번듯이 누워서 자고 있었다.
부인이 남편을 찿아 사랑방으로 나왔다가 이 광경을 보고는
싱긋이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옳거니, 내 이럴 때 장난을 한번 해보아야지."
곧 부인은 붓을 들고 붉은 물감을 찍어서, 남편의 양근 끝에
다 빨갛게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축 처진 음낭에는 역시 붉은
색으로 점을 찍은 다음 붓을 놓았다. 부인은 그렇게 해놓은 모습
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다시 붓에 붉은 물감을 찍어서 음모
에 줄을 죽죽 긋고는 붓을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코끝에 종이쪽지를 붙여 놓았다. 이렇게 장난을
쳐놓고 부인은 안으로 들어와 모른 체했다.
잠에서 깬 선비가 몸에 온통 장난질해 놓은 것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와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부인, 당신이 이런 장난을 했어요?"
"예 여보, 당신이 가르쳐 준 대로 잘했지요? 양근은 크고 그
끝이 탐스러워서 당연히 동그라미고요, 음낭은 일 치르는 데 있
으나마나 별로 방해가 안 되니까 점을 찍었어요, 또 음모는 일을
치를 때 함께 휩쓸려 들어가 방해가 되니까 좋지 않아 줄을 그었
답니다. 어때요? 참 맞게 잘했지요?"
이렇게 말하고 깔깔대며 웃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이 부인
을 안으며 칭찬하고는,
"여보, 그런데 내 코끝에는 왜 종이쪽지를 붙였어요?"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내의 대답이 또한 매우 걸작이었다.
"예, 그건 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코가 크면 그 연장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신은 어쩐 일인지 코는 작으면서 그 연
장은 그렇게 크고 좋은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의문을 표
시하느라 종이쪽지를 붙인 거지요."
이 말에 남편은 폭소를 터드리고 더욱 힘껏 안았다.
<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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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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