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관 속에는 열쇠 하나가 들어 있고

eorks 2019. 6. 6. 00:0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32화]관 속에는 열쇠 하나가 들어 있고
이씨(李氏)와 김씨(金氏) 두 선비는 매우 가까운 친구로, 함께 공부하면서 먼저 급제하여 출세하는 사람이 도와주기로 굳게 약 속했다. 얼마 후에 이씨는 급제해 관직을 얻었고 김씨는 과거에 실패하여 어렵게 사니, 이씨는 약속한 대로 봉급을 받을 때마다 나누어 주며 김씨를 도왔다.

세월이 흘러 이씨가 평안 감사로 부임했다. 그때까지 김씨는 아직도 급제하지 못하고 과거 공부를 하고 있다가 하루는 평양 으로 이씨를 찿아갔는데, 친구 이씨는 김씨를 냉정하게 대하며 그저 밥만 먹여 줄 뿐 특별히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씨가 어려운 가정 형편을 글로 적어서 여러 번 요청 했는데도 감사는 별 반응이 없었다. 곧 김씨가 크게 실망을 하고 떠나겠노라고 연락하니, 며칠 동안 대접이 조금 좋아질 따름이 었다. 김씨는 더 이상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짐을 싸 서 작별 인사를 하니, 감사는 겨우 노잣돈 3냥만 주면서 잘 가라 고 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친구가 평안 감사가 되더니 마음이 변했다고 원망하 면서 길을 나서 돌아오다가 날이 저물어 한 주막에 들었다. 김씨 가 슬품에 잠겨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밤중에 웬 소복을 한 여 인이 술상을 들고 나타났다.

"어르신, 남편이 평안 감사에게 매를 맞아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어르신께서 제 남편의 원수를 좀 갚아 주십시요?" 하면서, 술을 권하는 것이었다. 여인에게 술을 몇 잔 받아 마 신 김씨는 술김에 여인을 끌어안고 정을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여인이 계속 따라 주는 술을 받아 마신 김씨는 그만 취해 쓰러져 잠이 깊이 들고 말았다.

아침에 김씨가 닭 우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잠을 깨니 여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 아랫도리가 묵적하고 이 상해 살펴보니, 음낭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데 잡아당겨 보아 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또 옷을 입으려고 찿으니 옷이 모두 간 곳이 없었다.

김씨는 그 여인이 옷을 훔쳐 갔다고 생각하고는 주막 주인에 게 부탁하여 옷을 얻어 입고, 사타구니 사이의 자물쇄를 움켜쥐 고는 엉금엉금 걸으면서 고생고생해 여러 날 만에 집으로 돌아 왔다.

집에 오니, 전에 살던 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기에 이상하 게 생각하고 물으니, 김씨 가족들은 돈이 많아져 다른 집으로 이 사를 했다고 하면서 집을 가르쳐 주었다. 의혹이 점점 커진 김씨 가 새로 이사한 집으로 가보니, 집이 매우 크고 좋은데 방안에서 는 관을 앞에 놓고 장례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김씨가 들어가니 가족들이 놀라면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에, 아내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아내도 알 수 없는 일 이라는 듯,

"평안 감사가 당신이 사망했다는 편지와 함께 이 관을 보내 왔습니다. 정말 죽지 않고 살아온 것입니까?"
하고 반신반의하는 것이었다.

이 말에 김씨는 얼른 관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 속 에는 많은 비단이 가득 들어 있고, 한가운데 따로 작은 상자가 하나 놓였는데, 뚜껑에 `부인이 열어 보시오` 하고 씌어 있었다.
그래서 부인이 그 상자를 여니, 텅 빈 상자 속에는 달랑 열쇠 하나만 들어 있었다. 부인은 열쇠를 집어들면서,

"이게 무어야? 웬 열쇠 하나가 상자를 차지하고 있어?"
하고는 열쇠를 집어던져 버렸다. 이 때 김씨가 소리쳤다.

"아니, 그 열쇠? 여보! 그 열쇠 이리 좀 주어 봐요."
김씨는 곧 열쇠를 집은 다음 아내의 손을 끌고 옆방으로 가서 바지를 벗고 번듯이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부인에게 음낭에 채워 져 있는 자물쇠를 가리키면서 열어 보라고 했다.

곧 자물쇠가 열리기에 김씨는 좋아하면서, 부인을 끌어안고 누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 들려주었다. 이에 부인도, 평안 감 사가 돈을 보내 주어 좋은 집을 사서 이사를 했고 살림살이도 마 련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양에서의 냉대와 소복 여인 등 지금까지의 모든 일 을 부인과 함께 추리해 보니, 모두 평안 감사가 김씨를 속여서 놀라게 해주려고 꾸민 계책임을 알아냈다. 곧 부부는 이불을 뒤 집어쓰고 끌어안으면서 좋아했다.<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